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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여야 지도자, 헌재 결정 승복해야-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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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탄핵 찬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핵 찬반단체들은 3·1절에 이어 4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어 찬반 총력전을 펼쳤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메운 탄핵찬성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선고를 앞두고 평의에 돌입한 헌재에 탄핵 인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반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을 메운 탄핵반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탄핵 기각이 아닌 각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탄핵심판 선고일이 정해지면 선고일 전날에는 기존 장소에서, 당일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각자 최대한 인원을 끌어모아 마지막 여론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탄핵찬성 촛불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에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참가해 참가자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탄핵심판 선고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견해차는 골이 팰 만큼 팬 상황이라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든 한쪽은 불복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촛불집회 측은 탄핵이 기각되면 총파업이나 동맹휴업 등 대대적인 항의행동을 조직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는 등 헌법재판관들을 향한 위협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등 역시 불복 태세다. 특히 법치를 존중해야 할 법조인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 불복성 발언을 하고 있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금까지 양측 집회가 같은 날 비슷한 장소에서 열렸음에도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지만,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는 한쪽의 불복으로 인해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불복하게 되면 국민들의 분열과 대립은 한동안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지 모른다. 헌재가 헌법 가치에 따라 내리는 판결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불복하겠다는 것은 헌법 질서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헌재 선고 이후 한쪽의 불복으로 인해 극단적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여야 대선 주자 등 정치 지도자들이 ‘화합의 정치’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 신영무 상임대표의 최근 ‘나라가 동강 나선 안 된다’는 제목의 호소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 대표는 먼저 일반 국민들에게는 “헌재의 결정이 이뤄지는 날 좋든 싫든, 기쁘든 슬프든, 우리 모두 승복하자. 분노의 촛불이 타다 남았거든 잠시 끄자. 휘날리던 태극기가 못내 아쉽거든 잠시 가슴에 묻어두자”고 당부했다. 이어 정치인들에게는 “모든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 특히 대권주자들은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것을 서약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이를 정치적 빌미나 도구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하라”고 촉구했다.

    탄핵심판 선고가 며칠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여야 대표들과 대선 주자들은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것을 국민들 앞에 서약해야 한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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