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어르신 웃음꽃 피운 ‘한 끼의 행복’

마산역 앞 전국천사무료급식소
매주 화·목·토 하루 350명 발길
독거노인 등에 ‘가족의 정’ 전해

  • 기사입력 : 2017-03-08 22:00:00
  •   
  • 메인이미지
    7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역 앞 천사무료급식소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노인들로 가득하다./성승건 기자/


    매주 화·목·토 오전 마산회원구 합성동 마산역 앞에서는 70대부터 90대까지 어르신들이 무료 한 끼 식사를 위해 길게 줄을 짓는다.

    지난달 25일 사단법인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경남마산지소가 이곳에 문을 열면서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풍경이다. “든든한 밥 한 끼가 그리웠다”며 하루 350명이 넘는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전국천사무료급식소(사무총장 박화자)는 1992년도 설립된 무료급식기관으로서 정부의 지원 없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제공해오고 있다.

    ◆마산역앞 훈훈한 풍경= 7일 오전 8시 40분 첫 손님이 급식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명 두 명 점차 늘어나더니 2시간여 만에 150석가량의 자리가 다 찼다. 급식시간인 오전 11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자리는 어르신들이 기다리기 안성맞춤인 듯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지어진 쌀밥에 설렁탕, 요깃거리는 어르신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김형석(78·석전동)씨는 “늘 고깃국을 주니까 제대로 밥을 먹은 것 같고 속도 든든하다”면서 “급식이 있는 날이면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른 데 안 가고 이곳만 온다”고 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이들이 문을 나서면, 대개 깨끗이 비워진 급식판이 치워지고 자리가 없어 기다리던 문밖 어르신들의 밥 한 끼가 차려졌다. 150석은 다시 가득 채워졌고 이후로도 한동안 자리는 계속해서 채워졌다.

    이곳에서는 80대도 젊은 편에 속했다. 이날 만난 어르신들은 “노인들을 위해 이렇게나 신경 써주는 곳이 사실 잘 없다”고 전했다.

    ◆“후원자·봉사자 늘었으면…”= 입소문이 나자 찾아오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후원으로 운영되는 급식소엔 봉사자가 부족해 일손이 달리고 있다.

    급식소 벽면 한편으로 정기후원 신청서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랑의 모금함이 놓여 있었다. 또 그 옆으로 주인을 기다리는 노란색의 자원봉사단 조끼 10여 벌이 보였다. 조정순(71·양덕동·여)씨는 “일손이 너무 모자라 하루 봉사하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면서 “오늘은 아파서 누워있다가 그래도 걱정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움의 손길이 조금만 늘어나도 훨씬 편해질 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다른 봉사자 김만석(61·합성동)씨는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자는 모두 4명으로 정년퇴직하거나 일을 그만둔 이후 봉사에 도전하는 등 계기는 저마다 닮아 있었다.

    급식소 입구 앞으로 “매주 화·목·토 독거노인 무료급식, 식판 좀 날라주세요”라며 봉사자를 구한다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이현미 (사)전국자원봉사연맹 기획과장은 “정부 지원 없이 후원을 통해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26곳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고, 경남에는 천사무료급식소가 처음 생겼다”면서 “상주 직원 3명에, 봉사자도 몇 명 안 돼 아직 힘이 달린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봉사자가 늘면 도시락 배달 등 거동이 불편해 방문하지 못하는 어르신들 먼저 챙기려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재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