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만나면 여자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옷차림이 달라지고 화장이 바뀐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얼굴에 화색이 돌기까지 한다.
“남자를 만나면 어때? 못 만나는 언니가 잘못이지.”
정수련이 눈을 흘겼다.
“난 이제 남자 손이 닿는 것도 싫더라. 귀찮게 남자는 왜 만나?”
“남자 얘기 그만 하고 이거나 먹어.”
서경숙은 민 언니에게 찌개를 덜어주었다. 민 언니나 정수련의 삶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야, 우리 언제 골프나 치러 필드에 나가자.”
민 언니가 화제를 바꾸었다. 서경숙은 수색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봄 되면….”
겨울이 엊그제 시작된 것 같았는데 벌써 봄이 가까워져 있었다.
“사모님, 몇 군데 집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김순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쓸 만해요?”
“예. 값도 비싸지 않고 걸려 있는 것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세요.”
“2층인데 건물은 볼 거 없어요.”
“그럼 주소를 문자로 찍어주세요. 사진하고요. 몇 평짜린지 그런 것도 보내주시고요.”
“알았습니다.”
“내일 보러 갈게요. 몇 군데 더 알아 봐요.”
“내일 몇 시에 오시겠습니까?”
“오전 11시 어때요?”
“예. 좋습니다.”
서경숙은 김순철과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땅 사려고 그래?”
민 언니가 술잔을 돌리면서 물었다.
“응. 재개발이 유력한 지역이라 한번 사보려고… 세 주고 월세라도 받아야지.”
“그래. 지금은 월세 받는 게 최고야.”
“은행이자도 안 나오는데 월세가 낫지. 그런데 은행에서 예금통장 값으로 돈을 받는다는 말 들어봤어?”
“맞아. 신문에 났어.”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
“우리도 은행을 철저하게 이용해야 돼.”
서경숙은 민 언니와 정수련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은행을 잘 활용해야 했다. 내일은 은행에 가서 대출문제를 상담할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나오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서경숙은 민 언니와 정수련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텔레비전은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대통령후보들의 동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