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나를 찾아가는 풍경화- 김상문(경남미술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7-03-10 07:00:00
  •   
  • 메인이미지

    이른 봄 언젠가 어느 산촌에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일터로 가던 시골 아줌마들께서 “여기는 좋은 풍경도 아닌데 이걸 그려서 뭐 하느냐”라고 의아해하며 물어봤다. 아마 일상으로 보아온 동네 풍경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며 또 그림은 생산적이지 못할 것 같아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에게는 광대무변한 자연경관보다는 작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돋아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등 자연 그대로 있는 주변의 정겨운 모습들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대학 졸업 후 초기에는 채색화적 구상작품을 그려오다 최근에는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회화적 요소가 많은 화려한 채색의 구상작품도 매력이 있지만, 제 나름대로 어우러져 있는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즐거움에 더 많은 매력을 갖게 됐다. 주변 산야를 직접 찾아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흥과 정취를 느끼며 마음의 정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 논밭이 있는 소박한 시골 풍경이나 포구 그 속에는 살아 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흔적들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들과 함께 마음의 번뇌를 씻어내는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틈만 나면 산이나 들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풍경화를 좋아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그림을 통해 자연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모습들이 비록 유년 시절과 다르게 현대화돼 가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변함없이 낮게 엎드려 있는 시골집과 돌담, 시냇물,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 등 평화로운 정경들이 있다. 그리고 풍경화에는 지나간 세월의 그리움에 대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 있으며, 그곳으로 잠시 떠나고 싶은 회귀심리를 일깨우는 마음의 고향이 있다. 또 풍경화에는 보통 사람들의 지나간 세월에 대한 소박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필자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풍경화에 대한 매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상문 (경남미술협회 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