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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한민국 중간층의 평균적 삶-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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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그건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 남들보다 뛰어난 실적을 나타내는 것이 최고라고 배워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1등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모두 1등을 할 수도 없고, 모두 큰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1등과 꼴등 사이 어디에 있다.

    초중고 동창들을 만나면 다들 사는 게 고만고만하다.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애초 같은 고향이거나 비슷한 처지의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출발선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거기다 성인이 된 이후 특별히 잘사는 친구들은 그런 모임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잘 나오지 않고, 반대로 형편이 영 어려운 친구는 자격지심에 나오지 못해 중간쯤 되는 친구들만 모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중간쯤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직장을 잡고 결혼한 뒤 집 한 채 장만하고, 자녀 1~2명 낳아 교육한 뒤 출가토록 하는 것일까. 중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지표를 한번 보자. 신한은행이 최근 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월평균 소득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은행은 전국 만 20세에서 64세까지의 취업자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2017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통사람의 월평균 소득은 283만원으로 남성은 337만원, 여성은 208만원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30만원, 30대가 278만원, 40대가 296만원, 50대 이상은 301만원이었다.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을 합하면 월평균 468만원이다. 기혼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586만원으로 기혼 외벌이 가구(465만원)에 비해 약 1.3배 많다. 소득 1구간의 월평균 총소득은 911만원으로, 5구간의 174만원 대비 5배 이상 많다. 총보유자산은 평균이 3억3061만원이었다. 소득이 가장 많은 1구간은 평균 6억5216만원으로 5구간(8411만원)보다 7.8배 많았다.

    이러한 보고서를 보며 사람들은 뭘 느낄까. 대략 중간층에 든다고 만족해할까. 중간에도 못 미친다며 탄식할까. 아니면 크게 넘친다며 우월감을 느낄까. 그리고 얼마쯤 벌 때 가장 행복을 느낄까. 개인적으론 중간쯤 사는 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많이 든다. 이와 함께 ‘그냥 남들처럼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과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보통사람의 한 명으로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현욱 목사의 블로그 글을 옮긴다. “일상은 미치도록 아름답다. 마음을 열면 일상의 가치를 볼 수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 권태롭고 하릴없이 지낼 수 있는 것, 지겹도록 평범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힘겨운 출퇴근의 분주함, 일상은 우리가 살아 있다고 속삭인다. 누군가는 가슴 시리게 그리워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속삭인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사랑할 날이 그리 많지 않다. 모든 것을 사랑하라. 마지막까지 사랑하다 간 윤동주처럼 말이다.”

    이 상 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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