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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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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48)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38

‘나는 자유롭게 살 거야’

  • 기사입력 : 2017-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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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누구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구청장 중에 유난히 매스컴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조직폭력배 수준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것이 떠돌았어요.”

    치킨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즐거웠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눈은 때때로 그녀의 가슴에 꽂히고 있었다.

    ‘나를 갖고 싶은 모양이군.’

    비가 오는 탓이었을까. 아니면 취기가 오른 탓이었을까. 서경숙은 강병훈의 은밀한 시선이 즐거웠다. 스커트 안에서 은밀하게 욕망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비는 점점 굵어졌다. 강병훈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서경숙은 샤워를 하고 타월만 걸치고 거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혼자 사는 것은 집에 있을 때 옷을 입고 있거나 벗고 있거나 탓할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서경숙은 강병훈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으나 다시 몸이 더워지고 있었다.

    ‘왜 욕망은 때때로 내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일까?’

    서경숙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장대한을 만나기 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있어.’

    욕망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법과 윤리로 그것을 억제할 뿐이었다.

    ‘나는 자유롭게 살 거야.’

    서경숙은 눈을 감은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비는 이튿날 아침에도 왔다. 서경숙은 아침에 일어나자 가운만 걸치고 붓을 잡았다. 그러나 화선지만 오랫동안 들여다보다가 포기했다. 그림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오전 11시에 수색의 부동산까지 가야 했다. 아무래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는데 최명수가 벨을 눌렀다.

    “이사님, 차 대기시켰습니다.”

    최명수가 벨을 누른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아, 회사에 복귀하지 않았어요? 어제 복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회장님 특별지시로 당분간 이사님 차를 운전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아침 식사 중이니까 들어와서 커피 한잔 해요.”

    서경숙은 최명수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커피는 커피메이커에서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이내 최명수가 들어왔다.

    “최 기사님과 인사를 못해서 서운했는데 잘 되었네요. 따뜻한데 드세요.”

    서경숙은 최명수에게 커피를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최명수가 커피를 받아서 천천히 마셨다. 서경숙은 아침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화장을 연하게 하고 최명수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갤러리로 갔다가 은행에 갈 거예요.”

    최명수에게 행선지를 일러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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