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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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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49)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39

“평당 얼마씩 판대요?”

  • 기사입력 : 2017-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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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운개발 임준생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다가 아침이라 그만두었다. 인사는 저녁때나 직접 찾아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거리가 빗물에 젖어 있었다. 색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시간이라 차들이 밀리고 있었다. 갤러리에 들러서 한번 휘둘러보고는 가까이 있는 은행으로 갔다. 그 은행에는 서경숙의 예금 3억원이 들어 있었다. 서경숙은 대출 담당자와 갤러리 건물을 담보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했다. 은행에서는 시가의 절반인 22억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경숙은 상담을 마치자 노트북과 도장 등을 챙겨 수색으로 향했다. 하늘은 잿빛으로 흐려 있었고 강가의 수양버들은 물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50억쯤 있으면 좋을 텐데….’

    서경숙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대출을 포함해야 30억밖에 되지 않았다.

    “땅은 넓은데 건물은 볼품이 없습니다.”

    김순철이 처음으로 안내한 집은 2층이었고 무너져 간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낡은 집이었다. 다만 대지가 60평이나 되었다.

    “평당 얼마씩 판대요?”

    “내놓은 것은 천이백인데 천백에도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 흥정을 해보세요. 조건만 맞으면 계약할게요.”

    “알겠습니다.”

    김순철이 두 번째로 안내한 집은 30평의 작은 집이었다 그 집은 단층이었고 천오십만원에 부동산에 내놓은 지 두 달이 되고 있었다. 서경숙은 오후에 만나서 계약을 하기로 했다.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김순철은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자 얼굴이 활짝 펴졌다.

    “식사나 하러 가지요.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어요?”

    집 두 채를 보는 동안 이미 12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냉면집이 하나 있는데 어떠십니까?”

    “수육도 있나요?”

    “예. 수육이 괜찮은 집입니다.”

    김순철이 안내한 집은 제법 규모가 컸다. 수육을 주문하여 셋이 함께 먹고 냉면도 주문했다. 냉면까지 먹고 나오자 비가 그쳐 있었다. 부동산에 돌아오자 2시 10분 전이었다. 집을 파는 사람들은 20분을 기다리자 나타났다. 50대 부부였는데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노트북으로 입금을 시켰다.

    “풍운개발로 가요.”

    임준생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예.”

    최명수가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강변북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문득 옛날에 읽은 유진오의 ‘창랑정기’라는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창랑정기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와 비슷한 아름다운 성장소설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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