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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견강부회-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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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서울 여의도의 서쪽지역 ‘서여의도’가 대선을 앞두고 주목을 끌고 있다. 각당의 대선 주자들은 국회와 가까운 이 지역에 앞다퉈 선거캠프를 차리고 있는데, 특히 대하빌딩에 누가 입주하느냐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 빌딩은 지난 1997년과 2012년, 김대중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선거캠프가 들어섰던 곳이다. 고건 전 총리와 조순 전 부총리도 이곳에 터를 잡아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이 빌딩을 두고 풍수지리적으로 ‘여의도에서 가장 굳센 터’ ‘천기가 강하게 형성된 곳’ ‘제왕지기(帝王地氣)가 서린 곳’이라며 야단을 떨기도 한다. 이 빌딩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당선에 가까워진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당연하게도 이 빌딩에 입주했다고 하여 당선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던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는 모두 다섯 명의 대선 주자들이 이곳에 캠프를 차렸지만 모두 당선과 거리가 멀었다.

    ▼특정 빌딩에서 당선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빌딩의 입지조건이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른바 명당이라고 이름나고, 각 후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빌딩에 입주하려 들면서 당선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배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후보가 많이 몰리면, 자연히 당선자가 많이 나올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로또 1등을 낳은 판매점이 명당이라고 소문나면서 복권을 구입하려는 인파가 몰리고, 이것이 1등 당첨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5명이 낙선했던 2002년 대선 때, 대하빌딩에는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이 있었다고 갖다붙이기도 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붙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견강부회’ 사례다. 1000여년 전, 사관(史官)들이 일식이나 월식과 같은 순수한 자연현상을 두고 길흉의 조짐으로 해독하는 것을 두고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비판한 중국 송나라 학자 정초(鄭樵)의 일침이 2017년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하빌딩 예언’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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