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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52)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2

“돈 버는 비결이 있지요”

  • 기사입력 : 2017-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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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숍에는 복고풍의 80년대 팝송이 낮게 흐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시골 간이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슨 이야기인데요?”

    “돈 버는 법이요. 돈 버는 비결이 있지요.”

    임준생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잔하게 웃었다.

    “돈 버는 이야기는 누구나 궁금해하잖아요? 정말 돈 버는 비결이 있어요?”

    “사실 돈 버는 비결이야 간단하지요. 들어오는 돈은 절대로 쓰지 않고 모으면 쌓여서 부자가 되죠. 이걸 축적이라고 해요.”

    “축적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어요. 공직자 재산등록을 보면 주요 공직자들이 대부분 10억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어요. 공직자들이 한 달에 300만원 봉급을 탄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쓰고 모아도 일년이면 삼천육백만원, 10년이면 삼억육천만원이죠. 20년이면 칠억이천만원이고요. 20년, 30년 공직자 생활을 해서 절대로 10억을 모을 수가 없어요.”

    “그럼 공직자들이 부정을 했겠군요.”

    “평범한 공직자라면 평생 10억 모으기가 힘들어요. 생활하고 자녀 교육하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요? 빚을 지지 않으면 다행이죠.”

    서경숙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사실 한국에서 부를 축적하려면 부패와 비리가 적지 않지요.”

    “그 노인 이야기 계속 해주세요.”

    “그래요. 사장이 어느 날 옆집 노인을 봤더니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풍성하게 차려서 먹더래요. 자신은 명색이 사장인데 노인보다 더 초라하게 먹고… 그 뒤에도 몇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식사를 풍성하게 하더래요.”

    임준생이 다시 노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요?”

    “사장이 노인에게 물어봤대요. 어찌해서 매 끼니마다 고기반찬을 해서 먹느냐고….”

    “노인의 대답이 궁금하네요.”

    “노인이 대답하기를 자신은 집이 한 채 있는데 방을 여러 개 만들어서 월세를 받아 살고 있다. 혼자 살고 있으니 돈이 들어갈 일이 없다. 그저 먹고 입는 데만 돈을 쓰면 되니 음식을 잘 먹지 않을 일이 없다. 돈을 악착같이 벌어서 못 쓰고 죽는 것보다 잘 먹고 잘 살다가 죽는 것이 낫다. 그렇게 말하더래요. 나는 그 노인에게 배운 것이 있어요.”

    “무엇을 배우셨어요?”

    “임대업이지요. 80년대 90년대까지는 임대업에 세금도 없었어요.”

    “그래서 임대업을 시작하셨어요?”

    “말이 좋아 임대업이지 월세 놀이지요. 주택을 사서 월세를 놓고는 했어요. 처음에는 방 다섯 개… 다음엔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나더라고요. 나중에는 월세를 주는 방이 백 개가 넘었어요.”

    서경숙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이 백 개가 넘었다면 집도 스무 채, 서른 채는 족히 넘었을 것이다. 월세 수입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경숙이 살던 동네에도 월세 수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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