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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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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53)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3

“오늘 고마웠어요. 회장님”

  • 기사입력 : 2017-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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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마다 알부자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어떻게 되었어요?”

    “노인의 말을 들은 사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부자가 되기는 했는데 아들이 도박을 해서 다 날렸어요.”

    “허망하네요.”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중요해요.”

    “그렇죠.”

    “부에는 법칙이 있어요.”

    “어떤 법칙이요?”

    “부는 축적, 증식, 분배로 이루어져요. 나는 이걸 부의 법칙이라고 불러요.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나요.”

    “어떤 혼란이죠?”

    “작게는 정권이 바뀌고 크게는 전쟁이 일어나요.”

    임준생은 부에 대해서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호감을 느꼈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임준생은 때때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서경숙은 그가 손을 잡을 때 미소를 지어주었다. 임준생은 그녀를 아파트 앞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회장님.”

    서경숙은 임준생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나도 즐거웠소. 내일 갤러리로 갈게요.”

    임준생이 기분이 좋아 손을 흔들었다.

    “네. 기다릴게요.”

    임준생이 차를 타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서경숙은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녀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들어가 몸을 뉘었다. 임준생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어차피 남자와 여자는 육체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어.’

    서경숙은 눈을 감고 30분 동안이나 욕조에 누워 있다가 나왔다. 목욕을 하고 나자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개운했다. 알몸에 타월을 두르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텔레비전 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뉴스가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하루도 대통령 선거에 대해 다루지 않는 날이 없구나. 1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방송될 거야.’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강병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회의가 이제 끝나서요. 주무시는 것은 아니죠?”

    “괜찮아요. 목욕을 마치고 쉬고 있는 중이에요.”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세요.”

    “오후가 되어야 좋을 것 같아요. 갤러리에 청년작가 기획전이 있어서요.”

    “그럼 저도 관람을 하러 가죠. 4시쯤 괜찮을까요? 저녁식사하고 영화 보는 거 어때요?”

    “영화요?”

    “네. 일기예보에 비도 온다고 하는데….”

    강병훈과 청계천에서 데이트를 하던 날 비가 왔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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