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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왕과 심부름꾼-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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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서 배운 기억으로는 대통령이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며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서서 일하는 지도자’라고 배웠다. 하지만 배움과 현실은 달랐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힘은 막강했고, 때론 두려움의 존재였다. 사실상 우리 시대 대통령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닌 왕조시대 왕과 같은 존재였다. 어릴 적 장래의 꿈을 물으면 10명 중 8명은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그 자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로 취임한 이후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이승만(1~3대), 박정희(5~9대), 전두환(11~12대)은 연임 이상을 했다. 하지만 왕과 같은 권력을 휘둘렀던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직권남용과 강요, 뇌물수수, 측근비리, 비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았고, 2명은 구속까지 됐다. 다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설도 적지 않았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빠듯한 5월 대선일이 확정되면서 최근 대권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역대 대통령 선거가 좌우익 이념 논쟁에 따른 색깔론, 지역감정, 계파싸움으로 이어지며 국민을 분열시켰다면 이번 선거 역시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진보의 후보는 광주의 금남로를, 보수의 후보는 대구의 서문시장을 발판으로 출사표를 내며 세 모으기가 한창이다. 양 진영의 후보가 압축될수록 국론분열 양상은 더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최근 개봉했던 영화 더 킹(The King)의 스틸(still)에 새겨진 강렬한 문구다. 이 영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쟁취해 폼나게 휘두르며 살아가려는 정치검사들의 얘기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이들과 협잡을 하는 대권후보들도 등장한다. 영화 속 얘기지만 현실성이 있다. 항상 궁금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후보들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일까. 왕일까. 국민의 심부름꾼일까.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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