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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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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안갯속의 한반도 정세-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7-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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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19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일·한·중 3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방문 기간 동안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첫째, 한국을 경시하는 언행이 눈에 띈다.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외교관계에 있어 일본은 핵심축(linchpin)이고 한국은 주춧돌(cornerstone)인 셈이다.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인식하는 느낌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일본 기시다 외상과 만찬을 함께했다. 한국의 외교장관과는 만찬을 하지 않았다. 만찬을 함께하는 것은 친밀감의 표시이다. 초청국인 한국이 의전에 대해 실수한 것일 수 있다. 권한대행 체제가 2개월 후면 끝날 것이라는 것이 만찬 불발의 요인이라면 한국 경시의 인식을 지울 수 없다.

    둘째, 핵무장론에 대한 안일한 태도이다. 북핵의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핵무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대중 압박의 메시지와 함께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근간을 흔들 만큼 북핵의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묵인한 사례가 있다. 이중 잣대에 의한 핵보유국 묵인과 핵은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냉전시대의 인식이 잔존하는지 의심스럽다.

    셋째, 새로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음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인내의 핵심은 한·미·일·중이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이다. 압박공조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압박의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포괄적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괄적인 조처 속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접근이 있는지 불명확하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나쁜 행동의 기준도 없고 군사적 대응의 범주도 분명치 않다. 유엔헌장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에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직접적인 침략행위가 아니므로 경제적 제재로 제한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언행에 중국과 북한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왕이 외교부장은 북핵문제의 본질은 중국이 아니라 미·북 간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압박을 통한 문제 해결이 실패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돌아와야 함을 강조했다. 미·북·중 3자회담을 제안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쌍 중단(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을 제안하고, 대화의 의제로는 선결조건론이 아니라 ‘병행론(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논의)’을 제의했다. 북한은 틸러슨 장관의 방중기간에 신형로켓 엔진시험을 실시했다. 조만간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에는 자주성을 보여주고 미국에는 맞대응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4월의 한반도 정세 전망은 먹구름이다. 4월 초순 미·중 정상회담이 1차 분수령으로 예상된다. 사드·북핵·평화체제 등 한반도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 간의 불신과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2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이 2차 분수령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인민군 창건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군사훈련에 맞대응하고 대내적으로는 인민군 창건 85주년의 축포로 활용하기 위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예상된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미·중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되고 남북한은 이방인이 된다. 한반도의 운명을 미·중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권한대행 정부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사드 장비의 반입을 중단하고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 중국은 대북특사를 파견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인정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의 잠정중단 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 사안을 포함한 직접 담판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5월이 되면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윤곽이 잡힐 듯하다. 새로운 정부가 국민·남북·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는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평화통일도 그리 먼 날은 아닐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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