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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기울어진 운동장과 후보단일화-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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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으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사상 유례 없이 7개월여 빨리 치러지게 됐다. 그것도 장미가 한창 피기 시작할 5월 9일 치러진다고 해서 언론들은 ‘장미대선’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사상 유례 없기는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 대선과 달리 범보수 진영에서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초부터 계속된 여론조사 흐름을 볼 때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5%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문 전 대표에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나머지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탓인지 작금의 서울 여의도 정가 분위기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예선을 마치 대통령 선거 본선같이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 짙다.

    그러다보니 대선을 40여 일 앞둔 현 시점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를 묶는 범보수 후보단일화는 물론 국민의당까지 묶는 보수중도 후보단일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는 결승선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여론조사 흐름상 몇 발짝 앞서 있는 문 전 대표 등 민주당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수중도 후보들이 힘을 합쳐 ‘1대 1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바른정당이나 31일 후보를 확정하는 자유한국당, 그리고 오는 4월 3일 후보를 뽑는 국민의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주자들간 연일 단일화를 두고 설전이 이어져온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있은 6차례의 대선을 살펴보면 1987년 13대 대선과 1992년 14대 대선, 2007년 17대 대선을 제외하면 대형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고 두 번은 집권에 성공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를 이끌던 김대중(DJ) 총재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가 ‘DJP 연합’을 이룬 뒤 단일 대선후보로 DJ를 내세워 승리했다. 5년 뒤인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당시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를 계기로 인기를 구가하던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여론조사를 통해 노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 집권에 성공했다. 반면에 직전 대선인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로의 단일화에는 성공했지만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다.

    과거 예와 같이 후보단일화의 성패 관건은 그 효과를 얼마나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효과의 극대화는 국민들이 얼마나 단일화를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서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후보단일화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단일화를 원해야 하고, 다음으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이번 대선 경기장에서 나머지 정당들이 의미있는 승부를 펼치려면 단순히 ‘1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보다는 민심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종 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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