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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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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확고한 공교육 철학으로-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7-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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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국정혼란과 위기를 이제는 새 나라를 건설하는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정치적 적폐 청산과 양극화 해소, 나아가 저출산, 청년실업,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우리 교육계도 확고한 공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우리 교육계가 견지해야 될 몇 가지 근본적 공교육 철학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첫째, 공교육은 무엇보다도 모두를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다문화 가정, 선·후천적 장애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그것이 바로 공교육이다.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한 학교, 한 학급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이해할 때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사회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많은 연구가 보여준다. 또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시민이 될 때 그 사회는 계층 간의 갈등이 적다는 것을 북유럽 국가들은 입증하고 있다. 교육은 단지 축적된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둘째, 공교육은 궁극적으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루소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유인을 길러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자유, 평등, 정의, 연대성과 같은 시민사회의 주요 이념들이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꽃피도록 해야 한다. 특히 영국의 EU 탈퇴 결정,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등장, 유럽에서의 극우세력의 득세 등으로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자국중심주의, 인종차별주의로 회귀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민주주의 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오직 민주주의만이 이런 부정적인 이념들과 세력들을 이겨낼 수 있다. 정치교육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줘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체험하게 하고, 학교관리자는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주의자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공교육은 사고하는 아이, 특히 비판적 사고를 갖춘 아이를 길러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사실 위주의 많은 지식을 전수하는 데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전자에 치중하다 보니 후자에 약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연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왜’,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때 비판적 사고가 생기고 창의력이 발현된다. 비판적 사고 없이는 창의력도 없다. 창의력은 결코 일부 똑똑한 아이만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형태나 질에 따라 창의력의 발현 정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토론·토의식, 협력중심, 배움중심 수업으로 전환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공교육은 가정을 보완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교육환경 및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아이들이 좋은 교육경력의 길을 걷는 것은 자명하다. 공교육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욱 세심한 배려를 통해 좋은 교육경력의 길을 걷게 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의 아이가 판·검사가 되고 농민의 딸이 의사가 될 수 있는 교육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기회균등을 넘어 가능성에 있어서의 교육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나아가 공교육은 경쟁보다는 협력, 수월성보다는 보편교육에 더욱 초점을 둬야 한다. 공교육은 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단지 가진 자들의 기득권 유지의 수단만으로 작동되어서는 결코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이룰 수 없다.

    황 선 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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