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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공공미술까지, 공공성 톺아보기-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기사입력 : 2017-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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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TV에서 ‘청와대 재건축’을 주제로 한 방송을 볼 기회가 있었다. 청와대 본관과 비서동의 거리가 직선으로 500m에 달해 걸어서 15분, 차를 타면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긴박한 업무를 전달하기에는 무척이나 먼 거리다. 본관 내부도 마찬가지다. 1층 로비는 쓸 데 없이 거대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왕을 영접하러 가는 길처럼 경건하다. 어렵사리 도착한 대통령 집무실은 또 얼마나 큰지 문을 열고 책상까지 한참을 걷는다. 이런 공간에서 비서실장이든 비서관이든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방송에 나온 일군의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재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마을로서의 청와대를 설계했다. 그 와중에 시민들이 청와대에 원하는 바를 조사해 설계에 적극 반영했다. 이렇게 설계된 청와대 빌리지는 소통이 가장 활발한 장소를 시민에게 내어주고 주변부에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등이 둘러싸듯 배치되었다. 새로운 청와대는 보안과 경호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시민들이 접근가능하고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가상으로 진행된 일지만, 공공성이 회복되는 프로젝트였다.

    공공성 개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공간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마련된 것들이다. 집 앞에 설치된 가로등, 신호등, 버스 정류장,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작은 공원의 벤치 등, 심지어 걸어 다니는 거의 모든 길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공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의 공간에 자리 잡은 조각이나 그림은 시민의 편의와 수요에 맞게 제작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외 조각과 벽화들은 해당 장소의 특성이나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의 요구보다는 담당 공무원이나 사업 주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기 일쑤다. 공공미술을 시혜적인 태도로 접근하거나 전문가의 영역으로 생각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공공미술은 공공장소에 미술 작품을 가져다 두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이용해 공공성을 확보(산)하는 일이다. 청와대의 주인이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이듯, 공공미술의 주인도 관이나 사업자가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이다. 특히 특정 마을에 실시되는 벽화그리기와 같은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주민의 의사 반영이 더더욱 중요하다.

    작년 4월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의 해바라기 그림과 계단 그림이 회색 유성페인트로 덮여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화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의 소음과 낙서, 쓰레기 등의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일으킨 일이다. 낙후 마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된 일이 오히려 주민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공공미술이 왜 주민과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주요한 사례가 되었다. 덕분에 요즘은 주민이 원치 않는 벽화들을 지우고 다른 방식으로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벽화 지우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렇듯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점차 주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통영 동피랑이 대표적인 벽화 마을이다.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동피랑도 사실은 관광객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피랑은 꾸준히 주민과 협의하며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중요하다. 일회성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과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 공공성은 이렇게 시민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현된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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