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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백화점 가자 #먹스타 찍으러

  • 기사입력 : 2017-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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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자마자 먹으면 실례나 다름없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 ‘기록’하고 ‘증명’하기 위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중심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먹은 걸 올린다는 뜻의 합성어 ‘#먹스타그램’을 검색하면 4150만개의 글이, #먹스타는 2000만개의 글이 검색된다. 지역명과 맛집을 더한 ‘○○맛집’은 늘 지역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다. 먹는 것이 노는 것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내가 어디서 무얼 먹느냐가 나의 활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때다.

    백화점이 이 흐름에 가세했다. 쇼핑하러 온 손님이 한 끼 때우는 푸드코트를 넘어 ‘가보기 어려운 맛집’, ‘이야기가 있는 맛집’을 꼽아 백화점에 ‘먹으러’ 오는 고객들을 만들기 위해 가장 최전선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백화점 간판으로 거듭났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우리지역 백화점들도 내부 푸드코트와 식당가를 바꾸고 있고, 신세계 마산점은 전국 맛집을 들여놓기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품관을 모두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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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오 42’ 메뉴


    ◆백화점, 먹으러 가지요

    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패션브랜드보다 백화점 맛집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 시대다. 가격거품을 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백화점에서 패션 부문은 약화되고, 모객이 쉬운 F&B(푸드앤비버리지:식음료) 부문은 강화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 진주 롯데몰 등 새롭게 열고 있는 쇼핑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연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처음부터 먹거리에 주목했다. 각종 먹거리를 모아놓은 식당가 ‘루앙스트리트’에 입점된 레스토랑을 비롯해 소규모 디저트 점포까지 합하면 F&B 점포가 99개에 이른다. 인기있는 식당들은 1시간 이상씩 대기를 해서 들어가야 한다. 신세계 측은 모객을 위해 개장 때부터 먹거리에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푸드 담당 장숙정 파트너는 “내가 무엇을 먹는지 보여주기 위한 음식이 중요해짐에 따라 최근에는 맛집이 고객들을 내점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돼 준비부터 공을 들였다”며 “전국적으로 찾기 힘든 맛집으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토끼정, 크리스탈제이드, 콘타이 등의 브랜드를 비롯해 류 커피 로스터스, 강산면옥, 정반상 by 비원 등 대구지역에서 사랑받던 고유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재방문율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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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정’ 메뉴

    ◆달라진 도내 백화점 식당가

    도내 백화점들도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과 창원점도 최근 2년 사이 식당가를 정비해오고 있다.

    마산점은 최근 백화점에서 혼밥을 먹는 고객들을 위한 ‘반반식당’을 오픈했다. 개점 이후 조금씩 식당가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최근 변화양상이 뚜렷하진 않았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2016년부터 1년 남짓한 기간 사이 부분 리모델링을 통해 식당가 전체를 바꿔나갔다. 백화점 개점 이후 변화를 크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샐러드파스타로 유명한 미즈컨테이너가 본관 6층에 개장한 이후, 백미당과 도레도레가 10월 잇달아 문을 열었다.

    영플라자는 8층 식당가가 1년 사이 전부 교체됐다. 올해 1월에 문을 연 떡볶이 전문점 ‘두끼’, 부산지역 맛집인 카마다케 제면소가 최근 문을 열었다. 본관 지하 1층은 개관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인테리어를 새로 단장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창원의 20~30대 젊은 여성고객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2002년 백화점 오픈 이후 변화가 적었던 F&B 부문의 교체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식품 담당 박규남 매니저는 “다른 곳에서 먹어볼 수 없다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반겨, 식당가에 대기줄이 생기고 새로 바뀐 매장의 매출이 기존 매장의 6배가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장한 신세계 김해점의 경우 개장 때부터 도내에 없던 도레도레, 폴바셋, 콘타이, 구슬함박 등의 F&B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주목을 받았다.



    ◆식품관 포기한 신세계 마산점

    도내 백화점 가운데 F&B 부문에 가장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곳은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이다. 마산점은 지난 2월부터 기존 식품관이었던 후레쉬마켓(이마트)를 철거하고, 푸드 앤 베이커리 전문 ‘고메 스트리트’로 오는 4월 20일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고메(gourmet)는 프랑스어로 ‘미식가, 식도락가’를 뜻하는 단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정육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살 수 없는 백화점이 된다. 백화점 스스로도 모험이라 여긴다.

    신세계 마산점은 인근에 홈플러스를 비롯해 롯데마트 양덕점이 들어서는 등 신선식품이 강한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어 그간 신선식품이 고전했던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마산점은 경쟁력이 약한 신선식품을 철수하고, 전국 유명 맛집을 입점시켜 F&B를 강화하면서 매출 역신장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메 스트리트에는 일본식 가정식으로 유명한 토끼정, 이탈리안 가정식 ‘파티오42’, 인도 궁정요리 전문 ‘인디아게이트’ 등 그간 도내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들도 입점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흥용 과자점과 부산 3대 어묵으로 꼽히는 고래사 어묵 등 인근 부산지역 맛집, 페이웨이, 콘타이, 코코로 벤또 등 세계음식의 구색을 맞췄으며, 회전초밥과 샤브진 등 혼밥족을 위한 매장도 갖췄다. 같은 층에는 신세계 생활잡화 브랜드숍인 자주(JAJU)와 와인숍, 편의점 위드미도 함께 입점하며, 도내 1호 스타벅스 매장도 그대로 자리한다.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김성환 과장은 “마산점의 고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는데, 최신 트렌드의 유명 맛집을 모은 고메 스트리트가 개장하면 젊은 고객들도 많이 찾아 고객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내 상권의 최고 수준 맛집을 유치했으며, 기존 백화점 식당가와는 다른 인테리어 콘셉트로 지역민들에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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