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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에 - 박성남

  • 기사입력 : 2017-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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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난장에서

    꼼짝 못하게 꽃물에 가두고는

    번짐의 유혹으로 마음을 빼앗더니



    꽃 번짐 멈춘 순간

    눈사태 지듯 한꺼번에 무너져

    꽃 몸살로

    성장통을 앓게 하는 너



    어디 꽃 핀다고, 다 열매 맺던가

    한바탕

    화사하게 웃었으면 황홀한 일, 잠시

    이 세상 눈 맞춤이

    가슴 벅찬 순간인 것을

    ☞그야말로 봄은 꽃의 난장입니다. 이런 때에는 꽃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그 누구도 힘든 일이겠습니다. 시인은 이런 뜻을 글의 1연에 숨기고 있습니다. 봄은 ‘보다’의 동사에서 온 것이란 말이 틀리지 않을 법도 합니다. 꽃이 한껏 피어서 온천지에 번지고, 또 눈사태처럼 꽃이 지는 순간의 일을 전합니다. 그야말로 꽃 몸살로 성장통을 앓기도 하지만, 열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제각기 다르며 오래 지켜본 시간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마다 비록 열매를 다 맺지는 않더라도 화사하게 웃고 황홀한 한순간이 있었다면 그게 가슴 벅차지 않았느냐며, 그 순간을 잊지 말라고 애써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꽃이나 자연환경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시인은 봄을, 꽃을 통해 우리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봄 같고, 꽃 같은 마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나직이 노래합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식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인처럼 순한 성정(性情)으로는 남을 속이지도, 자기의 힘듦을 쉽게 드러내지 않음이 시를 읽는 내내 떠올려졌습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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