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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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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66)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56

“은지씨는 말도 예쁘게 하네”

  • 기사입력 : 2017-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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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었을 때 사진이기는 했으나 그것은 서경숙이 옛날에 청계천 만물상거리에서 만난 노인이 틀림없었다.

    “맞네. 내가 대학생일 때 만난 일이 있어요.”

    “그래요? 어디서요?”

    “청계천에서요. 그림을 팔러 나왔는데 대학 하숙비를 몽땅 털어서 여섯 점을 샀어요.”

    “어머.”

    전은희가 입을 가리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오빠한테 엄청 혼났어요.”

    “왜요?”

    “한 달 하숙비를 몽땅 털어 샀거든요.”

    “오빠도 놀랄 거 같네요. 지금 다 가지고 계세요.”

    “가지고 있어요.”

    “엄청 남는 장사를 했네요. 일본에서 한 점에 천만 엔에서 이천만 엔 정도로 팔리고 있대요. 굉장히 뛰어난 화가예요.”

    그렇다면 그림 한 점에 1억원에서 2억원을 한다는 것이다. 그림 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서경숙은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 주에 일본에 간다고 그랬죠? 같이 가요. 비용은 내가 전부 부담할게요. 수고비도 섭섭하지 않게 지급하고요.”

    “고맙습니다. 일본에 있는 그림과 함께 전시회를 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전시회를 해야죠. 우리 갤러리가 유명해지겠네요.”

    서경숙은 심은지에게 일본 출장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에 가기 전에 한국의 행적도 좀 찾아봐야겠어요.”

    “그래요. 그림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야 해요.”

    박윤수 화백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그러나 박윤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전은희는 돌아가고 서경숙은 레스토랑에 앉아서 심은지와 차를 마셨다.

    “그 시대에 불행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전쟁과 가난… 궁핍한 시대를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죠.”

    심은지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심은지도 박윤수의 삶을 동정하고 있었다.

    “아무튼 전은희씨가 일을 잘해서 좋네요. 좋은 사람을 천거했어요.”

    “관장님 복이에요.”

    “은지씨는 말도 예쁘게 하네.”

    서경숙이 유쾌하게 웃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 서경숙은 수색에 가서 주택가 집 두 채를 계약했다. 어느덧 수색에서 계약한 집이 다섯 채에 20여억원에 이르렀다. 서경숙은 그 집과 충주 동량면에 있는 산을 담보로 다시 10억원을 대출받았다.

    ‘투자를 할 때는 과감하게 해야 돼.’

    서경숙은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였다. 수색은 오랜 숙원인 재개발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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