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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탈상(脫喪)-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7-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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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는 말했다. “만약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孺子入井)을 보게 된다면 깜짝 놀라 달려가 구하려 하지 않겠는가? 아이를 구해 아이의 부모와 친분을 맺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아이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절로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일어나고, 이는 인(仁)으로 이르는 단서가 된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이유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우선 달려가 건져놓고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맹자는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無惻隱之心 非人也)고도 했다.

    3년 전 30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탄 배가 검은 바다로 침몰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생생히 보았다. 그 처참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시커먼 바다에 금쪽같은 아이들과 선량한 이웃들이 무더기로 빠지는 동안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조금만 참으면 해군이든, 해경이든, 119 구급대원이든 누가 됐건 이들을 모두 구할 줄 알았다. 침몰하는 배에 탔던 아이들도 조금만 더 버티면 어른들이 자기를 구하러 올 것으로 믿었다. 배가 넘어가고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순간까지 우리는 어떻게든 그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여태까지 이런 대형 재난은 별로 없었기에, 초기 대응이 미흡할 수도 있었다.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좋다. 그래도, 적어도 한 달이면 시신 수습이 끝날 것이고, 몇 달 내로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철저히 규명될 것이고, 잘못을 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옥에 갈 것이라고 믿었다. 또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잘못이 무엇인지 뼈아픈 반성을 하리라 생각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될 것이라고 믿었다.

    너무나 아쉽고 애통하지만 유가족들도 자식들과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태까지 한 일은 무엇인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도 보험회사와 경찰이 출동해서 그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시킨다. 이런 거대한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했는지, 어느 곳에서 그런 실수가 생겼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히 규명된 것이 있는가? 일부라도 규명된 진실을 국민들에게 성실히 알렸는가?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이 수립됐는지 대답할 수 있는가? 고작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편을 나눠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한 일인지 불리한 일인지 계산했고, 슬픔을 호소하는 유족들에게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쓴다고 몰아붙였을 뿐 아닌가? 한쪽에서는 세월호 침몰원인은 다 아는 사실일 뿐이니, 돈이 많이 드는 인양을 반대하기도 했고, 그 반대쪽에서는 세월호 침몰은 국정원의 음모라는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던가? 조사를 했는데 드러난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조사를 하지도 않았던 것 아닌가? 심지어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조롱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는가?

    비가 오는 어느 봄날 우리 아이들이 머물렀던 세월호는 새벽처럼 우리에게 다시 왔다. 수장됐던 아이들의 꿈은 처참히 녹슨 선체에 담겨 다시 우리에게 떠올랐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까운 희생을 두고, 어른들이 편을 나눠 유불리를 따지면서 싸울 것이라고 차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독한 무능과 터무니없는 탐욕으로 아깝게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가는 국민이 곤경에 처했을 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국민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국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절히 반성하고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3년이 지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이 바랐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준엄한 의무를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한다.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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