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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라진 도지사 보궐선거

  • 기사입력 : 2017-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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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0일 4년 4개월의 도정을 마무리하고 경남을 떠났다. 야권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도청 정문 앞에서 홍 지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 소금을 뿌리며 맹비난했다. “떠나주어 고맙다”고. 각본에는 그가 심은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둘러보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보지 못한 채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3개 국가산단 유치와 채무제로 달성, 서부청사 개청 등 ‘홍준표 도정’의 성과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지원 중단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소통보다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에 막말, 독설로 야권 도의원과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없애려 밤 11시57분에 사퇴서를 제출해 ‘꼼수사퇴’의 비난을 자초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달 전쯤 ‘자정께 사퇴, 다음날 통보’ 시나리오를 제보받았을 때 이게 가능할까 의아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도, 도청 관계자도 “지사께서 그렇게는 하지 않으리라 본다”며 기자에게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14개월 20일의 권행대행 체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도, 행정자치부도 무력했다.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으면 그 자리를 비워두지 말라는 게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다. 중앙선관위는 시민단체의 질의에 입법 취지를 확인하면서도 “9일까지 선관위에 직무(권한)대행자의 궐위통보가 있어야 한다”고만 했다.


    행자부도 전국 광역시·도에 보낸 공문에서 ‘지방자치단체장 궐위 발생 시 공직선거법에 따라 직무대행자는 지방의회의장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통보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심야 사퇴, 지연 통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선관위도, 행자부도 어쩌지 못했다.

    홍 지사가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측면에서, 입만 열면 내세우는 ‘대치(大治)’의 인물인지 의심스럽다. 자신은 대선에 나가고, 다른 사람의 참정권은 막았다. 그가 당내 경선후보였던 김진태 의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이고 참 나, 어이가 없네.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사라진 도지사 보선, 참, 어이가 없다. 도지사의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했다.

    이학수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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