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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 계이불사(?而不舍) - 새겨서 그만두지 않는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7-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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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금년 2월 28일에 경상대에서 만 34년 만에 정년퇴직했다. 한문학과에 28년 6개월 동안 교수생활을 했고, 그 이전에 중어중문학과에서 5년 6개월 생활했다.

    스스로 돌아봐도 잘 가르치지도 못하고 또 별 학문적 업적도 없었는데, 황송하게도 정년퇴임한다고 학교 본부, 단과대학, 학과 교수, 연구소, 동문회, 후원회, 친목단체 등에서 여러 차례 전송회를 마련해 줬다.

    한문학과 졸업생들은 근 1년에 걸친 노력을 기울여 필자가 쓴 논문 110편과 해제 36편을 모아 5책의 방대한 분량으로 책을 만들어 나에게 선물했다. 필자가 혼자서 하려고 하면 몇 년이 걸려야 할지 모르는 힘든 작업을 여러 졸업생들이 분담해 필자의 수고를 크게 들어줬다.

    중문학과에서는 재직한 기간도 길지 않고, 또 한문학과에서 정년퇴임을 했기 때문에 전송회 같은 것은 생각도 않았는데, 동창회장 하동완 군 등이 졸업생들을 모아 전송회를 하겠다고 알려왔기에 여러 차례 사양하다가 마침내 지난 4월 8일 저녁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참석하기 직전까지도 중문학과 교수로서 별 한 일이 없어 내심 전송회를 받기가 미안했다. 그러나 30년 전 졸업생들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니, 필자가 중문학과에서 완전히 월급만 축내지 않았다는 위로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졸업 후 1년 정도 취업이 안돼 필자의 연구실로 찾아온 졸업생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단지, “나는 자네가 잘 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는 말만 해 주었다. 그런데 그 졸업생은 필자의 이 한마디 말이 자기가 평생 살아가는 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중문학과 1회 졸업생으로 지금 그 과의 교수로 교내외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한상덕 박사는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내가 알기로는 학비를 거의 자력으로 마련하면서 중국 무한대학(武漢大學)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중국의 호북대학(湖北大學)에서 외국인 교수로 지내다가 귀국했다. 지금은 모교의 교수로 부임,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필자와 중국에서 같이 지낸 적이 있는데, 언젠가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순자(荀子)’에 나오는 ‘계이불사(?而不舍), 금석가루(金石可鏤)’라는 여덟 글자만 써 보내주었다. “새기기를 그만두지 않으면, 쇠나 돌도 뚫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 여덟 글자에 힘입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학을 중단하고 돌아올까 하던 생각이 싹 없어지고 더욱 분발해 박사학위를 취득, 오늘이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 외 많은 졸업생들이 필자가 써준 글귀나 해 준 말 몇 마디에 따라, 부지런히 살아가기도 하고, 일관성 있게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필자의 기분이 뿌듯했음은 물론이다. 교육자의 한마디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 새길 계(결). *而 : 말이을 이.

    *不 : 아니 불. *舍 : 놓을 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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