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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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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68)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58

“오셨네요. 고마워요”

  • 기사입력 : 2017-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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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들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선거판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런 인물들이 버티고 있는 대선 캠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당에 있는 의원들도 중요하지만 외부 사람도 필요해요.”

    “이제 겨우 당내 경선이잖아요?”

    “당내 경선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 대선 캠프에 참여하세요.”

    “저는 대외적으로 나서고 싶지 않아요.”

    서경숙은 대선 캠프 참여를 사양했다.

    “왜요?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 나중에 좋은 자리에 임명될 수도 있어요.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도 있구요.”

    “저는 그런 자리는 싫어요.”

    이연숙이 한사코 설득했다. 서경숙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민병삼이 선거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되고 서경숙을 공직에 임명한다고 해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공직에 나서게 되면 그녀의 뒷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자관계도 드러날 것이다. 어리석은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이연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비선캠프에 참여해요.”

    “비선캠프요?”

    “대통령선거 캠프는 공개적인 선거대책위원와 비선캠프로 나누어져 있어요. 비선캠프 사람들이 실세고 후보의 측근이죠.”

    “비선캠프에서 무얼하죠?”

    “인재 영입과 선거자금 확보가 중요 임무예요.”

    “며칠 생각해 볼게요.”

    민병삼의 대통령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도 맹렬하게 일어났다.

    “내일까지 결정해 줘요. 이제 시간이 촉박해요.”

    “알았어요.”

    이연숙이 돌아가자 서경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통령선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대학교수를 비롯하여 언론인, 경제인, 예술가, 정치인들이 후보 캠프에 참여하여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다. 문득 검사장 부인 주옥희가 꽃집을 개업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옥희에게서 개업식에 와 달라는 초대장이 와 있었다.

    ‘개업하는 날이니 가봐야지.’

    서경숙은 자신이 그린 그림 한 장을 포장하여 서초동으로 갔다. 주옥희가 개업한 꽃집은 이면도로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개업을 하는 날이라 사람들이 왁자했다.

    “개업을 축하드립니다.”

    서경숙은 주옥희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네요. 고마워요.”

    주옥희가 반갑게 맞이했다. ‘옥희네 꽃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꽃집은 아담하면서도 꽃이 가득하여 보기 좋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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