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김해시의회 보선과 대리인 문제- 허충호(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4-12 07:00:00
  •   
  • 메인이미지

    광역·지방의원 보궐선거일이다. 도내서는 2곳에서 도의원 선거, 8곳에서 시군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 특성상 주민들의 관심도가 정규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거센 ‘대선 물결’에 휩쓸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잔물결 같은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래도 가족까지 동원해 운동화가 닳도록 표밭을 누비는 후보들의 모습에서 의회 입성에 대한 강한 열의를 짐작한다.

    김해만 두고 보면 2명의 시의원 보궐선거가 열린다. 두 보선의 공통점은 전직 시의장들의 유책행위로 실시된다는 점이다. 전반기 전 의장과 후반기 전 의장이 의장선출 과정에서 동료 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준 이유로 구속 기소되고, 그 과정에서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보선이 치러지는 것이니 입맛이 씁쓸하다.

    선거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곳 모두 정당들이 후보를 낸 만큼 이번 선거의 당선 결과에 따라 김해시의회의 세력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김해시의회는 도내 18개 시의회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의회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2명의 전직 의장들이 구속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모습까지 연출했던 의회다.

    김해신공항 소음문제나 신세계이마트 개장과 관련한 여러 사안, 이마트 운영 김해여객터미널 기부채납 건, 삼계나전 석산개발지 도시개발사업 추진 문제, 김해쓰레기 소각장 이전 문제 등 의회가 관심을 갖는 굵직굵직한 사안도 유난히 많다. 몇 개의 특위를 구성해 1년 이상 운영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활발한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좋게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의회다. 보기에 따라서는 집행부가 괴로운 의회다. 그런 의회에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는 날이다.

    여기서 경영학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떠올린다. 주주와 전문 경영인(대리인)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회사의 경영을 대리인에게 위임한 주주(투자자) 입장에서는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경영적 판단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문제와 그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대리인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특권적 이해에 몰입하거나 특권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경영권을 위임한 주주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번처럼 시의원(대리인)의 유책행위로 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도 시민의 입장에서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주로서는 불필요한 선거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결과가 됐고, 신뢰 상실에 따른 감정적 손상도 크다.

    물론 한두 가지 문제를 두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 소신에 따라 대리인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하게 임하는 것을 인정한다. 그들에게 도매금식 평가 잣대를 대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공동운명체적 평가를 받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일부의 대리인 문제로 시의회가 일부 이런 비난을 받는 것은 감수할 일이다.

    어쨌든 오늘 밤이면 김해시의회의 정수가 충족된다. 경기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2명의 선수들이 김해시의회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