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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과 청년실업, 일자리 격차의 문제- 유창근(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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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선 후보들이 외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를 전하는 한 인터넷 뉴스 기사에 누군가가 “이게 나라냐? 공부기계 만들고 학원비에 등골 휘고 대학 가 봐야 취직 안 되고”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교육의 심각한 폐해와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은 것이다. 청년실업 대책도 최우선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는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발표된 청년실업률은 12.3%로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높았고, 체감실업률이 27.9%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얼핏 별개로 보이는 사교육과 청년실업 모두 그 원인은 일자리 격차에 있다.

    청년실업률이 그처럼 높은데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족한 것은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이다.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심각한 임금격차에 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대기업 평균임금이 중소기업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하는데 직장의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격차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도 근본을 따져 보면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은 일자리로 직결되는 대학에 들어가는 한정된 입장권을 위한 경쟁이 사교육 과열을 불러왔던 것이다.

    망국병이라 불리는 사교육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투입했던 노력과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이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청년실업만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필연적인 것이니 사교육에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성적 순위만 바뀔 뿐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로 볼 때 사교육 경쟁은 노력이 기대를 배신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외고, 자사고 폐지가 사교육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 처방은 못 된다. 추첨이 아닌 한 입시관련 제도를 어떻게 바꾼다 해도 좋은 일자리와 연결되는 대학에 들어가려는 욕망과 경쟁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좋은 일자리로 가는 순위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 경쟁은 계속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대학 진학 후 일자리 경쟁의 대표적 사례가 공무원 시험(공시)으로 이 게임은 ‘고소득’ 대신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사상 최대인 22만8000명이 지원해 46.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산에 의하면 공시 준비에 따른 경제손실이 연간 1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수십만의 대학생, 대졸자들이 고졸자도 볼 수 있는 시험을 준비하는 데 몇 년씩 시간과 돈을 들이고 결국 대부분 실패하는 게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이다.

    대학입시든 공시든 그 과열의 원인은 일자리의 격차 내지 특권에 있다. 굳이 특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좋은 일자리가 보장하는 고임금과 안정이 상당 부분 사회의 구조나 제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고임금은 정부가 통제하지 못한 시장지배력에 힘입은 바 크며, 공직자의 안정은 고용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세금에 기초하고 있다.

    누군가의 고임금과 안정이 다른 사람들의 저임금과 불안정에 기초하고 있다면 그런 사회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한 사회의 특권이 많을수록 특권을 추구하는 경쟁은 심해지며 그로 인해 그 사회는 결국 몰락하게 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일자리 격차에서 시작된 문제는 그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현 상황에서는 우선 특권과 차별을 없애고 중간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일자리 격차를 줄여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정상적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공시열풍의 원인이 되는 민간부문의 고용불안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자리 격차 해소의 성과가 나타나면 비로소 청년실업이 완화되고 사교육 바람도 잦아들 것이다.

    유창근 (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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