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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워킹맘의 행복추구권과 정책 방향- 유승규(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

  • 기사입력 : 2017-04-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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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외손자가 태어났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혹시 ‘완벽한 엄마되기’ 프로젝트로 행복추구권을 포기하는 경력단절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딸아이는 ‘모유’, ‘직접 돌보기’ 등이 좋은 엄마의 전제 조건이므로, 이를 통해 최고의 아이로 키우는 것이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유가 좋다면서 모유가 나오지 않는데도 모유를 먹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아이는 아이대로 불만인지 울기만 하고, 딸과 집사람이 교대로 돌보는데도 힘들어한다. 또 가사도우미를 써야 하는지 친정 엄마가 돌봐야 하는지 티격태격이다. 저렇게 애 하나 키우는 것이 힘들까? 다음에 둘째 아이를 가지려고 할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인간은 자신의 관심 분야만 본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예사로 봐 왔던 출근길의 노란색 유치원 버스도 관심의 대상이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기 위하여 하나둘 손 잡고 있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였는데, 워킹맘이 있다면 어떻게 출근할까, 혹시 아이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죄책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딸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본다. 우리나라 출근은 대부분 9시 이전에 이뤄지므로,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유연근무제 혜택을 보는 워킹맘이거나 조부모, 전업주부 등 다양하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출근 시간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들어오는 여직원들과 오버랩돼 마음이 착잡해진다. 출근 시간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는 출산장려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행정자치부 ‘대한민국 출산지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하향선택결혼’ 등 저출산의 원인을 고학력, 여성 탓으로 돌리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워킹맘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없다. 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하고,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한 배려는 없다. 차라리 굵직굵직한 정책보다 아이 부모들이 불편을 느끼는 관행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하면 어떨까? 이제 대선 국면이다. 아이 부모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공약으로,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유승규 (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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