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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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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유람] 경북 문경 전통찻사발축제

이보오, 문경 찻사발에 봄 한잔 어떤가

  • 기사입력 : 2017-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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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열린 문경전통찻사발축제.


    “누가 나에게 내가 만든 도자기와 똑같은 도자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경 찻사발과 똑같은 도자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 수 없습니다. 사람이 다 같을 수 없듯이 전통 장작가마에서 탄생하는 문경도자기는 저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Only One’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15대 심수관인 심일휘씨가 문경도자기를 극찬한 말이다. 심수관가는 임진왜란 후 일본에서 15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으며 일본 도예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계 도예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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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의 찻사발은 특별하다

    한국 전통 찻사발의 본향인 문경에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망댕이사기요가 있다. 나이가 무려 1800살이다. 문경도자기는 전통 장작가마에서 13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는데, 망댕이가마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제작해 역사와 정통성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통을 고스란히 살리며 이어온 세월은 국내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명장을 낳았다.

    한국 전통 도예계의 양대산맥이라 일컬어지는 김정옥 사기장과 천한봉 도예명장이 문경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흘요 이정환 등 40여 요장의 장인과 도예가들이 문경찻사발의 전통을 계승하며 요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정옥 사기장은 우리나라 유일 전통 도자기 공예부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으로, 문경도자기가 왜 국내 으뜸인지를 잘 대변하고 있다.

    문경은 한국 근현대 도자기 역사에서 현재진행형인 살아있는 현장이자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찻사발의 주생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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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표축제 승격

    꽃이 활짝 핀 4월 말이면 문경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바로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999년 10월 문경새재박물관 야외에서 10명 남짓의 도예인들이 문경만의 독특한 전통망댕이가마에서 구워낸 찻사발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조그마한 행사가 문경전통찻사발축제의 서막이다. 이렇게 태동한 축제는 2001년 경상북도 우수축제로 선정되면서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문경도자기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때는 문경새재에 전국 최초의 야외촬영장이 들어선 이후여서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문경을 찾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했다. 2009년 개최 장소를 지금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문경새재 내의 사극 촬영장으로 옮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고가 안에 도자기 전시 및 찻자리를 만들었더니 더할 나위 없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운치가 탄생했다.

    이후 전국의 차인들은 물론 해외작가들과의 교류를 시작하면서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최고의 축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문경새재는 축제의 성장과 함께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곳’ 1위에 올랐고, 2015년에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로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명실상부 ‘축제 중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등극했다. 전국의 1000개가 넘는 수많은 축제 중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축제는 고작 41개. 이 중 대표축제는 3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이어온 명성이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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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담고, 눈에 담고, 마음에 담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 이번 봄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열리는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하고 있다. 차와 도자기를 사랑하는 이는 물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감만족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특히 가족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문경새재에서 대표축제에 걸맞은 품격 있는 프로그램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유명 도예인과 사기장의 하루 체험은 참여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당일 참여신청이 가능토록 해 문경도자기의 멋과 품격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개막식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찻자리한마당 외에도 문경새재국제명상차회, 관객과 함께하는 한중일 다례시연, 찻사발 빚기 등 문경전통찻사발축제만의 특색 있는 만남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체험상품이자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평통보 엽전을 축제의 기념주화로 발행해 소장가치를 높이고 체험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기획전시 행사로는 전국 찻사발 공모대전, 중국 자매도시 초청전, 문경전통도자기 명품전, 도예명장 특별전, 문경도자기 기획전, 어린이 사기장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세트장 내에 별도로 마련한 사극촬영 홍보관에서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촬영된 100여 편의 사극드라마 자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별행사로는 전국 가루차 투다(鬪茶)대회, 전국차회 다례시연, 대형말차 나눔행사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례행사를 비롯해 문경전통발물레경진대회, 찻사발 깜짝경매, 선조도공 헌다례 등 독특한 행사도 열린다.

    축제입장권은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며 축제 마지막날 7일에는 유료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000만원짜리 달항아리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글= 매일신문 고도현 기자·사진= 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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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윤환 문경시장

    /인터뷰/ 고윤환 문경시장 “문경의 전통찻사발 사랑, 지역문화의 모범사례로”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승격된 것은 문경 도예문화의 기적입니다. 처음 축제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문경 도예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막사발이라 불렸던 찻사발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까 걱정했던 거죠.”

    걱정이 대박이 됐다는 고윤환 문경시장은 “한국 전통찻사발의 본향인 문경에서는 찻사발축제를 치르면서 차문화가 확산됐고, 집집마다 다기세트 정도는 기본일 만큼 대중화됐다”며 “문경시민들의 찻사발 사랑과 차문화는 서울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차문화를 보려면 문경전통찻사발축제에 가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녹차의 고장 보성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문경축제의 단골손님이 될 정도입니다.”

    축제 성공에 대해 고 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외국인 도예가와 차인들을 축제의 장으로 초대했다. 또 문경 사극촬영장을 거대한 찻사발축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축제에 오면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가 운치 있게 차를 한잔했다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고 시장은 “전통을 고집하는 문경의 도예문화는 서울과 지역간의 문화 수급 관행을 역전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지역문화는 서울에서 통한 문화가 지역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이 고착화됐지만 문경도예촌은 지역에서 작품을 생산해 서울로 올려보내고, 서울의 차인들을 지역으로 내려오게 만드는 지역문화 발전의 모범사례”라고 했다.

    매일신문 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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