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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차기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정용환(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17-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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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사람들과 반대했던 사람들로 국론이 분열돼 혼란의 시간을 맞고 있다. 탄핵 후 두 달 이내에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필자는 과학자로서 대선후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정부조직의 개편이 예상되는데, 현재의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조직개편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과학기술과 관련해 미래 백년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정부조직과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이전 정부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는 과학기술부, 이명박 정부 때는 교육과 과학을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 정부 때는 과학과 정보통신을 합친 미래창조과학부로 과학기술부처는 여기저기 붙였다 떼었다 했지만 지나고 나면 성공한 거버넌스라고 평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벌써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관련해 국회 토론회, 과학기술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줄을 잇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를 부활하자는 방안과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또는 교육부 일부를 합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다. 크게 나눠서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탄생하느냐, 다분야 통합부처가 탄생하느냐로 나뉜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정권에서 다부처 통합 부처를 만들었을 때 시너지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통합부처를 만들었을 때 업무의 우선순위에 밀리다 보니 과학기술 분야는 항상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돼 왔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정부는 과학기술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그다음 정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거버넌스와 정책이 계속되길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언론에 오르내리는 대선주자들이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과학기술, 교육관련 정책들을 수없이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주창했듯이 차기정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4차 산업혁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것이 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너도나도 뒤질세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모두가 나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구체성에 대해서 한 번 더 검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 피부에 와 닿는 것도 없고 실현될 날도 아직 멀었는데 우리가 너무 조급증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 물리학 등을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제품의 지능화, 기술융합을 기반으로 생산과 서비스의 자동화, 초연결시대를 통한 지능화, 자동화 혁명이라고 이해한다. 여기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재료과학 등 현재 미래 기술로 대두되는 모든 기술이 총망라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고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주도할 기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선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마케팅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너무 이용하게 되면 처음부터 개념이 모호했던 창조경제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차기정부는 새로운 과학전담 거버넌스와 과학기술 정책을 논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한 분석과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길 바란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연구 성과는 창출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 알파고가 뜨면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포켓몬고가 뜨면 증강현실,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정책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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