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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없는 경남도정- 최낙범(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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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경상남도 지사는 지난 3월 31일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선거일(5월 9일) 30일 전에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홍 전 지사는 법정기일을 3분 남겨둔 시간인 4월 9일 밤 11시 57분에 전자문서로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지사 궐위 사실을 바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그 사실을 다음날 4월 10일 오전 8시에 통지함으로써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내년 6월 30일까지 1년 2개월 동안 경남도는 도민을 대표하는 대표기관인 도지사 없이 행정부지사가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홍 전 지사는 왜 ‘꼼수사퇴’를 자행한 것일까? 정말로 선거비용을 걱정해서 그런 것인가? 다른 사람이 도지사가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도민의 권리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유린하는 꼼수사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돈 때문에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포기하는 국민은 세상에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도정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면 임기만료 때까지 도지사를 계속하면 되는 일이다. 누가 도지사가 돼 도정을 이끌어가든 그것은 도민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람이 결정할 일은 아니다.

    꼼수사퇴는 의도적으로 도민의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사실과 그것도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는 점에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3월 31일,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면 그날 이후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서 대통령 선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오로지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법정기일 3분 전에 사퇴하는 꼼수는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도리도, 도민의 대표자로서의 도리도 아니다.

    지방자치법과 공직선거법은 도지사가 임기 중에 사퇴할 경우 기일을 정해 미리 도의회 의장에게 알리고, 도지사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일 경우 보궐선거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궐선거는 보궐선거일 30일 전까지 도지사의 직무를 대행하는 행정부지사가 사퇴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해야만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규정이다. 꼼수사퇴는 그런 법의 취지를 묵살했다. 법의 맹점을 이렇게까지 악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홍 전 지사의 꼼수사퇴에 대해 한 시민사회단체는 미리 도의회 의장에게 사퇴일을 알리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로, 도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것은 ‘직권남용’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한 정당인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피선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창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대통령선거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대통령 자격정치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한다. 한편 국회에서는 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홍준표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런 비판을 자초한 꼼수사퇴는 지방자치의 뿌리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궐선거 없이 1년하고도 2개월 동안이나 행정부지사가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지사를 대행한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지방자치는 도민이 직접 도지사를, 도의회 의원을, 도교육감을 선출하고, 그들이 도민에게 책임을 지는 대표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행정부지사는 경남도의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중앙정부) 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인 행정부지사는 도민을 대표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을 가질 수 없다. 행정부지사가 대행하는 경남도는 도민의 공동체인 자치단체라기보다는 중앙정부의 공무원이 직접 지휘 감독하는 지방행정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도지사 없는 도정의 본질적 문제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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