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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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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 읽기- 히든 피겨스 (감독 데오도르 멜피)

인종·성별 뛰어넘은 그녀들의 감동실화

  • 기사입력 : 2017-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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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은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특정인 혹은 특정사건을 예단하게 되므로 배척해야 할 태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부당하게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편견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부색과 성별이라는 ‘모태 편견’과 투쟁해 승리한 이들을 그린 영화가 개봉 후 입소문으로 역주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숨겨진 천재를 뜻하는 ‘히든 피겨스’를 제목으로 쓰는 이 영화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흑인인 데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을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세계 석학들이 모여있다는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 근무했던 세 명의 실존인물을 그리고 있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과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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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NASA는 흑인여성 ‘캐서린’을 채용했다. 그녀는 지구 궤도 비행에 큰 역할을 한 과학자로, 그전까지 발사하자마자 추락하던 우주선의 올바른 비행 궤도를 계산한 공식을 만들었다. 그 결과, 달 착륙과 아폴로 13호 무사귀환 등에 그녀의 공식이 쓰였다. 하지만 이러한 업적을 세운 그녀는 연구원 혹은 수학자라는 직함이 아닌 ‘계산원’으로 일을 시작해야 했다. 백인 어드바이저들이 업무나 능력을 고려해주지 않고 텃세를 부렸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세 여성의 출근길로 시작한다. 자동차가 고장나 국도 위에서 발이 묶인 그녀들에게 경찰은 왜 흑인여성이 도로를 점거하느냐며 도와주기는커녕 외려 비아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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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굴하지 않고 세 여성은 차가 정비되자마자 자신들을 희롱한 경찰차 뒤를 바짝 쫓으며 추격한다. 흑인 여성에게 사회가 내미는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빗댄 장면이다.

    이 영화는 NASA에서의 순탄치 않았던 상황을 줄기차게 보여준다. 당시엔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직원용 공용 커피포트도 쓸 수 없었다. 그녀들은 차별적 언행이나 사회의 편견과 마주할 때 고개를 숙이는 대신 유연하게 대처하며 당차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NASA가) 로켓은 빨라도, 승진은 느려”,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법은 없어요” 같이 속 시원한 ‘사이다’ 대사를 퍼부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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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교훈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성차별, 인종차별과 같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연과 세밀한 당시 배경의 재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 휴머니즘을 부각한 연출력 등이 수학공식처럼 배열돼 있어 흥행을 위한 포석도 놓치지 않는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답게, 그녀들이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본인의 가치를 알리며 NASA에서 중요한 직위에 오른다는 훈훈한 결말로 끝난다.

    우리는 그녀들의 불이익에는 분개하면서 누군가를 또 다른 편견의 시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비단 흑인, 여성으로 국한하지 말고, 편견이라는 장애를 뛰어넘어야 하는 이들을 떠올려 보자. 끊임없는 노력으로 차별에 맞선 그녀들처럼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보라는 공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영화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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