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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스프레 -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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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프레’는 복장(costume)을 차려입고 논다(play)는 의미의 일본식 조어다. 만화, 게임 등에 나오는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해 대리만족을 얻는 행위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상을 이미지로나마 즐기는 놀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원은 중세 영국의 영웅 추모예식에서 비롯했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가 만화 캐릭터 의상을 입는 이벤트로 유행했다가 일본에서 지금 모습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 놀이를 넘어 특정 의도를 띤 코스프레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정치인의 ‘서민 코스프레’가 대표적이다. 서민은 원래 벼슬이 없는 몰락 양반이나 사회적 특권을 갖지 않은 보통 사람을 지칭한다. 중국 주나라에서 구분한 5계급, 즉 천자(天子), 제후(諸侯), 대부(大夫), 사(士), 서민(庶民) 중 가장 낮은 계급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중산층 이하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경제적 개념으로 통용한다.

    ▼정치인에게 서민이란 가장 폭넓은 스펙트럼의 공략 계층이다. 서민 코스프레는 선거 때만이라도 ‘서민 행세’로 표를 얻으려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수십, 수백억원 재산을 신고하고 연탄아궁이 구경도 못해본 이들이 숯검정을 묻혀 가며 연탄을 나른다. 시장에서 평소 입에 대지도 않는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비린내 나는 생선 대가리를 움켜쥐는 모습도 연출한다. 쉽게 감춰지지 않는 의도한 목적성은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을 동반한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일명 ‘이회창 흙오이 사건’이 있었다. 시장 상인이 건넨 오이를 흙도 털지 않고 먹었다가 실상을 모른다는 구설에 올랐다. 이번 대선 출마자도 다르지 않다. 어김없이 전통시장으로 달려가고 길거리 음식을 먹어대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선거는 말의 성찬(盛饌)과 동질감의 코스프레로 한바탕 눈과 귀를 현혹하고 스쳐 가는 회오리인 듯하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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