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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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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기자세상] 착하고 멋진 ‘하늘의 제왕’ 독수리

정서희 초록기자(창녕여중 2학년)
까마귀가 먹이 빼앗아 먹어도 안쫓아내
먹이 다툼할 땐 부리 아닌 발로만 싸워

  • 기사입력 :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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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8일, 매년 겨울이면 독수리들에게 먹이주기를 하신다는 김덕성 선생님을 뵈러 고성 철성중학교 부근으로 향했다.

    김덕성 선생님은 벌써 17년째 빠르면 10월 말부터 늦으면 4월 초까지 독수리 먹이주기를 하신다. 선생님은 철성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먹이주기를 하시고, 행여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있으면 독수리를 관찰하고 오라고 시키는 등 훈육의 도구로도 사용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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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성 선생님이 독수리 먹이를 주고 있다.

    보통 독수리에게 먹이를 던져주면 근처에 몰려와 있는 큰부리까마귀들이 먼저 먹이를 먹는다. 까마귀들은 먹이를 그 자리에서 먹기보다 먹이를 비축해 두는 습성 때문에 물어다 다른 곳에 숨겨놓고 온다. 그러다 어디에 숨겼는지 까먹는 경우도 생긴다. 이후에 독수리들이 우아하게 먹이 근처로 내려오고 독수리들 중 우두머리가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다른 독수리들도 먹이를 먹는다. 발로 통통 귀엽게 뛰어와서 먹이를 발로 찢어서 먹는데, 큰 몸집에 비해 다리근육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통통 뛰듯이 움직이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귀엽게 보였다.

    그런데 독수리들이 먹이로 다툼을 할 때에는 발로만 싸웠다. 선생님이 그 이유는 부리는 뼛가죽을 찢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먹이를 직접 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찾아갔는데, 독수리가 생각보다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멀리 논두렁에서 독수리들이 먹이 먹는 모습을 관찰했다.

    독수리 먹이 비용은 연간 2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이 금액을 처음에는 사비로 충당하신 적도 있다고 들었을 때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수리들이 먹이를 먹기도 전에 큰부리까마귀가 떼를 지어 먹이를 빼앗아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선생님께 까마귀가 못 먹게 하는 방법은 없냐고 질문했다. 까마귀는 지능이 좋고 겨울철 먹이활동을 할 때에는 무리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냥 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하셨다. 까마귀가 못 먹게 하려면 꽁꽁 얼려서 주거나(독수리 부리는 강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 까마귀가 싫어하는 노란색 포대자루 같은 것에 담아주면 가능하다고 하셨다.

    독수리는 사냥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사냥을 하는 것보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독수리들이 먹을 수 있는 사체가 없을 뿐더러, 간혹 로드킬 당한 사체들은 도로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전신주나 많은 차들로 인해 먹이활동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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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희 초록기자(창녕여중 2학년)

    까마귀가 먹이를 빼앗아 먹어도 쫓아내지 않는 이렇게 착하고 멋진 독수리를 계속 보고 싶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독수리 보호활동 차원에서 먹이주기를 하는 것이므로 까마귀들이 아닌 독수리들이 좀 더 많은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서 강구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먹이주기를 할 조건이 안 된다면 먹을 것 없는 우리나라에 온 독수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숙제로 남는 것 같다. 정서희 초록기자(창녕여중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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