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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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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 넘어 산-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시도 사무국처장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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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정직하고 아름답다. 옳고 그릇됨도 편견도 차별도 없다. 공정하게 대우하고 공평하게 공유한다.

    산은 계량할 필요가 없는 무게와 시기나 이해관계 또한 없다. 서로 의지하며 하모니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신선함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산을 찾는다. 산에 가면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무언의 계시를 통해 겸손함과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묵언으로 세상 사는 법을 가르친다. 오색찬란함이 형형색색으로 조화를 이뤄 끝없는 생명의 빛을 발한다. 산은 자신을 넘는 법이 없다. 명분 없는 일상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겸허히 수용하는 마음의 여유도 갖게 해 준다. 산에 혼자 가면 발자국이 되지만 여럿이 가면 길이 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산에도 산 격(格)이 있다.

    “사람은 산을 만들 수 없지만 산은 인간됨을 만들어 준다”는 말도, 산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

    깊은 산중에 빼곡히 들어찬 수많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서로 반목하거나 아귀다툼이 없다. 그저 순응할 뿐이다. 그래서 산은 위대하다.

    산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잡초를 비롯해 여러 가지 꽃과 새, 벌레, 바위들과 함께 아롱진다. 온종일 재잘대는 새소리도 정겹게 품어 주고, 거꾸로 흐르는 수액도 끌어안는다. 서로 별다른 분란 없이 자연과 동화되며 상생한다.

    산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에너지는 무궁무진하다. 1㏊의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18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 낸다.

    봄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의 향연, 여름은 녹음이 짙은 계곡에 졸졸 흐르는 물, 가을에는 만산홍엽으로 치장한 병풍, 겨울은 낙엽을 이불 삼아 홀로서기를 하는 의연함이 가히 감동적이다. 사계절 변모하는 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게 하며, 변화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산의 풍광이야말로 빛나는 표상 그 자체다.

    오케스트라 화음이 하나의 악기로만 조율될 수 없듯이 나뭇잎 한 잎 두 잎에서 시작해 전체를 물들이며 활활 타오르는 것이 산이다. 그래서 단풍을 놓치면 가을을 놓치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산을 옮길 수는 있어도 습관은 바꾸기 어렵고,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욕심은 채우기 어렵다”고 했다.

    나뭇잎이 떨어져야 내년에 새순이 돋아나듯이 자연도 버릴 줄 아는데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일수록 내려놓지 않으려고 한다.

    산에서 마음이 앞서면 발은 뒤처진다. 발이 따라오지 못하면 사고가 나게 된다. 그래서 산은 교만한 자에게 대적하고, 겸손한 자는 온유하게 품어 준다.

    사람은 산을 가까이할수록 건강해지나 산과 멀어질수록 허약해진다. 어차피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 그 자체가 산 넘어 산이지만 성장하려면 넘고 또 넘어가야 하는 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김영근 (대한한의사협회 시도 사무국처장협의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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