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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하는 대한민국- 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7-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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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9㎏으로 30년 전인 지난 1986년의 127.7㎏과 비교할 때 소비량은 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가정, 외식 등에서 밥을 적게 먹고, 빵 위주의 식사, 라면을 비롯한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국가다. 그냥 1위가 아니라 2위, 3위 국가에 비해 압도적 1위다. 그런가 하면 근래 들어 로컬푸드 매장이 늘고 있음에도 안타깝게도 국산농산물 구매충성도는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소비 형태로 인해 쌀은 남아돌고, 쌀을 제외한 농산물 수입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사료곡물을 포함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식생활이 밥 위주에서 빵과 가공식품으로 바뀌고, 가정에서 조리를 적게 하면서 농업이 위축되고 있고, 특히 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요즈음 시장의 쌀 가격은 20년 전 쌀 가격보다 더 낮다. 국민 1인이 1주일 쌀값으로 치르는 돈이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쌀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는데 지금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고, 농민들이 쌀 농사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 농사의 붕괴는 우리 농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밥과 반찬으로 된 식사가 줄어들고, 외국에서 수입한 식재료로 만든 빵과 가공식품으로 된 식사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동비만부터 성인비만에 이르기까지 비만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비만으로 인한 질병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용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비용은 앞으로 크게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빵과 가공식품으로 된 식사가 야기하는 문제로 비만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조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싸고 맛있고 편리한 가공식품에 길들여지면, 조리를 하지 않게 된다. 더욱이 할 일이 많고 바빠 조리할 시간이 없는 가운데 조리하지 않고도 식사할 수 있는 음식의 존재는 조리를 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조리하지 않게 되면, 가공식품에 더 의존하게 되고, 그리하여 이들 식품이 더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조리는 인류 최초의 생명기술로 음식과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한다. 또 가공음식에 비해 제대로 된 음식을 먹게 한다. 조리한 음식을 먹게 되면 더 건강할 수 있다. 조리는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기획력이 신장되도록 한다. 조리는 어려움에 처한 농업, 거기에 종사하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조리하게 되면,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에 관심을 기울여 지역농업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한다. 때문에 조리는 농업을 완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조리가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하고, 가치가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조리를 외면하고 있다. 조리를 배우지 않고, 조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이전에 비해 조리를 적게 한다. 조리의 효용성이 줄어들면서 학교에서는 있는 조리수업마저 줄이고 있다.

    가정에서도 식사패턴이 바뀌면서 조리하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다. 외국산 수입 식재료로 만든 빵과 가공식품, 패스트푸드의 소비 증대로 야기되고 있는 건강문제, 환경문제, 농업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가정에서 우리의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해야 한다. 몇몇 가정에서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가정에서 조리해야 한다. 조리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리를 중시하는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고, 가정에서 조리하기 쉽게끔 지역 식재료 공급 등의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에서도 조리 수업이 필수가 돼야 한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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