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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리산 천왕봉의 위용을 갖추자-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 기사입력 : 2017-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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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지리산국립공원의 탐방객 숫자는 약 290만명인데, 이 중에서 천왕봉에 오른 사람은 약 25만명이고, 이 중에서 일출을 보러 오른 사람은 약 2만5000명이다.

    천왕봉은 산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십 년에 한 번,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일 년에 한 번은 꼭 오르겠노라고 마음에 심어 놓은 산이다. 이왕이면 지리산 제1경 천왕봉 일출을 보아야지 하면서 장터목 대피소나 로타리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고 새벽에 오르는 ‘산(山)맛’은 다녀본 사람들만 안다.

    천왕봉에서 붉은 우주를 바라보는 일출 장면은 천하제일이지만, 천왕봉 자체는 온통 바위투성이로 투박하고 황량하다. 예전 사진을 보면 바위 사이 사이에 작은 나무들과 풀포기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자국에 다 사라져 버렸다. 지리산사무소에서 일부 공간에 식물을 이식했지만 흙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변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오랜 세월 동안 백성들의 마음을 보듬었던 성모석상(聖母石像)이 사라지고, 성모사가 불타 없어져 역사적인 흔적을 볼 수 없는 것도 안타깝다. 특히 고려 말기에 이성계 장군에게 패해 퇴각하던 왜군들이 칼로 내리쳤다는 성모석상의 잔영이 늘 마음에 어른거린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진 표지석은 위치가 한쪽 벼랑으로 쏠려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많다. 이 상징물이 천왕봉의 위용을 충분히 담고 있는지에 대하여도 검토가 필요하다.

    금년에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아 지리산사무소는 향후 50년의 청사진을 구상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간의 공원관리 노력과 국민들의 협조로 지리산의 자연은 옛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지리산의 한 축인 역사·문화자원에는 아직 제대로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천왕봉과 같은 기념비적인 장소의 문화적 원형을 복원하고, 민족의 성지로 위용을 갖추는 일은 값진 일이 될 것이다.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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