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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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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관광과 땅값- 최노석(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 기사입력 : 2017-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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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쯤 우리 모두의 눈과 귀는 온통 내달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집중돼 있다. 그렇더라도 먹고살 일을 외면할 수는 없다. 아니, 먹고사는 문제는 대선도 넘어선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대선이 당장 밥 먹여주지 않으니, 먹고사는 문제에서 한시도 눈과 귀를 떼어서는 안 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 중 하나가 바로 관광이다.

    관광을 잘 만들어 나가다 보면, 거기 먹고살 길이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마다 어김없이 땅값이 치솟는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금년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땅값(공시지가) 상승지역 중 대부분이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지임을 보여준다. 질문 한 번 해 보자. 이 발표를 눈여겨보지 않은 독자들은 우리나라의 어느 곳, 어떤 지역의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을 것 같은가? 짐작은 하셨겠지만, 정답은 서귀포와 제주시가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서귀포는 전국 평균 땅값상승률인 4.94%보다 네 배 가까이 높은 18.8%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땅값이 폭등한 지역으로 꼽혔다. 그 뒤를 제주시가 18.54%의 근소한 차로 뒤쫓았다. 이 지역들의 땅값 상승은 두말할 필요 없이 관광객의 증가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2016년 한 해 동안 외국인 관광객만 363만명이 찾아왔다. 이는 전년의 262만명에서 무려 100만명이 늘어난 수치이다. 해마다 외국인관광객만 100만명씩 늘어나니, 어찌 땅값이 오르지 않겠는가. 이들을 받아들일 음식점이 늘어나고 카페거리가 새롭게 생겨난다. 사람의 이동이 늘어나면서 택시도 호황을 누리게 되고, 숙박업소도 콧노래를 부른다. 공항이 모자라 제2공항을 착공하지 않을 수 없는 곳, 바로 그곳이 제주특별자치도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놀랍게도 서울의 마포구이다. 평균 12.91%를 찍었다. 그렇지만 그 마포구를 좀 더 잘게 잘라보면, 마포구 중에서도 홍익대 상권이 18.74%로, 1위를 기록한 서귀포시와 거의 쌍벽을 이룰 정도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특히 젊은 층의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밤낮 구별 없이 흥청대는 곳이다. 먹자골목마다 젊은이들이 몰리고 카페거리에는 세계 모든 언어들이 뒤섞여 들려온다. 심지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오직 홍익대 부근을 관광 목적지로 삼아 주말이면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기도 한다.

    서울지역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니, 한두 곳만 더 살펴보자. 홍대 앞에 이어 높은 땅값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이태원이다. 이곳은 이제 무슬림 천국으로 변했다. 비록 중동지역 무슬림이 아니어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무슬림들이 이태원을 찾아 자신들의 음식과 문화를 즐긴다.

    이 외에도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강남의 가로수길이다. 이곳은 한국사람조차 잘 모르는 이방지역이지만, 젊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전국 평균치보다 높은 5.76% 상승했다. 이는 누구나 잘 아는 서울의 강남역 부근의 5.35%보다 앞선 수치이다. 이 가로수길은 애초부터 외국인들이 슬금슬금 찾아들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이다. 개성 있고 자그마한 상점들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점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외국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말았다. 이렇게 가로수길이 호황을 누리니, 서울 강남지역에는 이를 본떠 ‘세로수 길’까지 생겨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살펴보자. 바로 부산지역이다. 부산 중에서도 단연 해운대구와 연제구가 부산지역 땅값을 견인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12.12%, 연제구는 12.09%로 이들의 활약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제주에 이어 가장 땅값이 많이 치솟은 2위 자리를 부산이 차지하게 됐다.

    이렇게 된 데는 해운대 관광리조트 개발이라든지 엘시티 개발 등 관광 관련 시설물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이제 돈은 관광으로 흐른다. 관광지로 한 번 뜨기만 하면, 이렇게 지역경제가 폭발한다. 사람들이 몰리니 땅값도 치솟고, 일자리도 많이 생겨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먹고사는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지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될 수만 있다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일랑 잠시 접어둬도 좋을 듯싶다.

    최노석 (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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