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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79) 제19화 대통령선거 ⑨

“잘 살펴볼게요”

  • 기사입력 : 2017-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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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호는 서경숙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누구부터 시작할 겁니까?”

    “리스트 좀 살펴보고요.”

    서경숙은 유승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리스트를 건성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진영철을 포섭하기로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나 다짜고짜 진영철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진영철은 삼일그룹 차기회장으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신망이 높았다. 한국 최고의 경제인 중 한 사람인 그가 정치권에 뛰어들 가능성이 많지 않았다.

    “여성 기업가를 한 사람 골라보는 건 어때요?”

    정순호가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잘 살펴볼게요.”

    커피를 마시면서 미소를 지어주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었다. 그때 이연숙이 가까이 왔다. 이연숙이 가까이 오자 정순호가 돌아갔다.

    “아침 8시에 미팅이 있고 2시에 미팅이 있어요. 이 미팅에는 꼭 참석해요.”

    이연숙이 정순호가 앉았던 의자에 앉았다.

    “하루 종일 캠프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죠?”

    “외출은 자유로워요. 외출할 때 소장 밑에 있는 실장에게 보고해야 돼요.”

    실장은 박용석이라는 사람으로 민첩해 보였다. 서경숙은 2시 미팅에 참석하여 동향을 살피고 사무실을 나가기로 했다. 이연숙으로부터 캠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진영철의 최근 동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연숙은 20분 정도 이야기를 한 뒤에 돌아갔다.

    서경숙은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컴퓨터에는 캠프의 조직과 연락처가 기록되어 있는 폴더도 있었다. 폴더를 열어 필요한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보냈다.

    ‘이제 몇 달 동안을 여기서 보내야 하겠구나.’

    서경숙은 심은지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은 전은희와 심은지가 같이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화가 박윤수의 삶과 예술을 추적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서경숙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캠프에는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있었다.

    서경숙은 삼일그룹 비서실장 정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웬일이야?”

    정진욱이 뜻밖이라는 듯이 반색을 했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는 존댓말을 했으나 서경숙이 전화를 하자 친밀감의 표시로 반말을 하고 있었다.

    “잘 지내시죠? 요즘 비서실은 어때요?”

    서경숙은 교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비서실이야. 항상 바쁘지. 다 알면서 뭘 물어?”

    “실장님도 항상 바빠요?”

    “왜?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 나보다 부회장님이 더 빠를 텐데. 서경숙씨 부탁이라면 웬만한 건 다 들어주실 거야.”

    부회장은 이동성을 말하는 것이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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