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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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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시험에 대한 반성문- 유승규(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

  • 기사입력 : 2017-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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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는 제1차 지필고사를 치른다. 학생들이 시험을 본 후, ‘서술형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써야 하는데 일반적인 해석에 맞춰 한 가지만 정답으로 처리하고, 객관식은 오답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비틀고 꼬아서 정확하게 암기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시험이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생 활동 중심의 다양한 수업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능력인 협업 능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등 교육 본질에 다가서고 있지만, 수업 개선 효과가 의미 있는 교육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수업과 평가가 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대수능이라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자유학기제,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정착으로 평가와 수업을 연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무시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평가의 힘은 대단하다. 대학입시의 방향이 유치원 교육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해진 정답을 찾는 시험에서는 문제풀이 위주의 반복 암기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활동하지 않아도 사교육에 의존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해진 정답을 찾는 시험으로는 다양한 수업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언론사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미국 주류 언론은 반성문을 썼다. 언론은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었고, 노동계층의 분노의 깊이를 파악하지 못해 오류를 범했다면서 자성의 반성문을 작성했듯이, 우리 교육도 이러한 반성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평가의 변별력, 공정성, 객관성 등을 고집하다가 창의성과 비판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미래역량보다 우리들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오류를 범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 평가가 바뀌면 수업은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걸어 온 것은 아닐까? 정해진 정답을 찾는 시험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 우선 학교시험부터 과감하게 바꾸자.

    유 승 규

    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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