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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흡연과 소득수준 그리고 담뱃값 인하 -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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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를 다시 끊은 지 석 달 정도 된다. 젊은 시절 군대에서 장난삼아 배운 담배, 그후 25년 넘게 담배를 피웠고 그동안 수차례 금연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때 제법 오랫동안 담배를 끊은 적도 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시 담배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언론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또 담배에 손을 댈 뻔했다. 그 사진은 ‘임종을 앞둔 외국의 어느 노인이 병실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잔 마시며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대 즐긴다’는 내용을 담은 사진이다. 그 병실은 물론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의료진은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줬으며 노인은 평화롭게 임종했다는 사연이 실려 있었다. ‘그래, 인생 뭐 있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석 달 금연한 게 아까워 간신히 참았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건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흡연자와 담배를 혐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대체 요즘은 담배를 피울 곳이 없다). 옷에 배인 담배 냄새와 구취, 비싼 담뱃값 등도 금연의 요인이다. 최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는 최근 지역사회건강조사(2008~2014년)에서 159만4873명(남성 45.4%, 여성 54.6%)을 대상으로 전국 245개 시·군·구별 소득수준에 대비한 남녀 누적 흡연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난할수록 흡연율은 높아지는 역진성을 보였다. 이런 역진 구조는 전체 245개 시·군·구 중 남성의 경우 236곳(96.3%), 여성의 경우 239곳(97.5%)에서 확인됐다. 상위 소득 20%의 흡연율이 하위 소득 20%보다 높은 지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내 흡연자는 대략 800만명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흡연율은 22%로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선 후보자가 담뱃값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담뱃값 인하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그는 “서민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담배 가격을 현행 4500원에서 가격 인상 전인 2500원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출간한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배는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라며 “서민들의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올려야 한다”며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의사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담뱃값 인하는 없으며 늘어난 세수가 국민 건강 증진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담배 가격 인하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하에 반대한 세 후보는 대신 늘어난 세금을 국민건강을 위해 써야 한다고 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담뱃값은 내려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만약 담뱃값 인하로 세수가 크게 준다면 옛날처럼 서민이 피는 500원짜리 담배와 2000원 이상의 고급담배를 차등화해 내면 되지 않을까.

    이 상 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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