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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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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나친 욕심-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4-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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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방학 때만 되면 하루를 보다 알차게 보내기 위해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벽에 붙이곤 했다. 어린 마음에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방학 동안 하지 못한 공부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부모님 심부름도 열심히 도와드리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갰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에 무리하게 만든 생활계획표는 늘 작심삼일에 그쳤다. 너무 욕심을 내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시간에 쫓겨 항상 허둥거리다 결국엔 포기하곤 했다.

    ▼너무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다음 일에 신경이 쓰여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계획을 세웠으니 어떻게든 해야겠는데…. 몸 따로 마음 따로, 불감당일 때가 많다. 자신이 만든 계획이 오히려 자신을 가두는 속박의 쇠사슬이 되어버린다. 잘하려고 세운 모든 일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면 이는 ‘과욕’에 지나지 않는다. 무리한 생활계획표 역시 마찬가지다. 실행하지도 못하면서 계획만 열심히 세워 자신을 옭아매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논어 선진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거상(巨商) 임상옥은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가 새겨진 계영배를 항상 곁에 두고 마음을 다스렸다.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버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있는 계영배는 과욕을 하지 말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아무리 철저하고 훌륭한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 계획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류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부닥친 상황에 지혜롭게 처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만약 계획에 얽매여 마음이 감옥에 있는 듯하다면 좀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결코 행복할 수 있을까?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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