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작가칼럼] 참된 방생, 사람 방생- 하순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7-04-28 07:00:00
  •   
  • 메인이미지

    환한 봄날이다. 봄꽃이 순식간에 활짝 피어 환하고 연푸른 잎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산야에 물결치고 있다. 나라 사정은 혼란스러워도 꽃들은 지고 피고 자연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있다. 춥고 힘들었던 언 날씨가 풀리면 전국의 각 사찰은 대부분 방생법회를 연다.

    ‘살생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생명을 존중하고 살려주는 일에 작은 마음이나마 동참하고 싶어서다. 좋은 일이니 같이하자고 친구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연락해 함께 다녀오자고 권유도 한다.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고 행복한 것을 보며 덩달아 행복 에너지를 공유하게 된다.

    대자연을 찾아 호흡하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생명을 돌려보내며 마음을 정화시키고, 사는 동안 불가피하게 지어온 살생이며 잘못을 참회하고 소멸시키는 방생법회에 참석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생명의 푸른 물이 흐르고 연두색 봄풀이 돋아나 자라는 것을 느낀다.

    방생법회에 가자고 연락하다 보면 “방생, 그거 뭐하러 하냐, 살려줬다 잡아먹을 건데”라는 볼멘 말씀을 하는 분도 만난다. 방생하면 흔히 물고기 몇 마리 살려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알기 쉽게 드러내 보이는 상징이다. 진정한 방생의 의미는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힘을 주는 인재방생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해외 빈민을 돕는 단체나 프로그램, 주변에 생활이 어려운 이웃과 도움이 필요한 시설을 찾아 힘을 보태는 것 등이 중요한 인재방생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의 힘으로는 어려워도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쳐 돕고 살려나가는 게 매우 필요하고 우선적으로 돼야 한다.

    마음이, 생각이 있으면 물질도 따라가게 마련이지만 꼭 물질적 도움만이 방생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으로 돕고 몸으로 봉사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바쁜 중에도 지속적으로 매주 복지관이나 요양원에 목욕봉사를 가고, 도시락 배달, 모르는 글자를 가르쳐 주는 일, 혼자 사는 분들을 찾아 돌보기,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일 등을 수년 동안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그것이 진정한 인재방생이고 자신과 사회를 밝히는 일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일들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지만 계속 해나가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기에 여러 사람이 십시일반으로 꾸준히 서로 돕고, 국가정책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지진 등 천재지변을 당한 이웃을 돕는 일, 학교가 없는 먼 나라 오지에 학교를 지어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는 일, 우물을 파서 식수를 해결해 주는 일, 메마른 곳이나 주변에 나무 한 그루라도 심는 일, 에이즈 감염으로 태어나 고생하는 어린이를 돕는 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일 등은 누구라도 마음을 내어 실천해야 하는 인재방생이요, 다 같이 마음을 내어 실천하려고 애써야 하는 일이다. 어려운 중에도 조직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이런 일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웃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고 다 같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한 그물의 코에 꿰어져 있는 인드라망이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후원 아동의 편지와 사진을 보며 잘 자라기를 빈다. 내가 살려 보낸 생명이 이 지구에 푸르른 에너지로 돌아오라고 하늘을 바라본다.

    하순희 (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