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가명·15)는 중학교 2학년 또래들보다 키가 좀 작았다. 중학생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초등학생으로 보일 정도였다. 방문객이 낯선지 현수는 피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현수는 부모가 이혼해 몇 년간 아빠와 고1인 누나와 셋이서 타지방에서 살다가 지난해 12월 엄마가 있는 마산으로 왔다.
현수의 엄마(53)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면서 힘겹게 생활하던 중 지금의 현수 아빠를 만나 다시 결혼,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결혼 7년차 때 갑자기 현수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현수 아빠는 날마다 술을 마셨고, 술만 마시면 가족들에게 폭력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의 강도는 더 심해졌고, 현수의 엄마가 119구급대에 실려 가기도 했다.

현수(가명·15)와 현수 어머니가 지역 통합사례관리사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의 잦은 폭행 때문에 현수 엄마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다. 참다못한 엄마는 결국 지난 2011년 혼자 가출했고, 합의 이혼이 되지 않자 이듬해 재판으로 또다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자녀 친권과 양육권을 받았지만 수입이 없어 지난해까지 전 남편이 자녀들을 양육했다.
현수의 엄마는 이혼 후 가정폭력 후유증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근로활동이 어려웠고, 나이가 많아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간헐적으로 술집 도우미, 식당 일용직, 다단계 판매 보조일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마저 일거리가 없어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남편도 일이 고정적이지 않아 양육비를 지원해줄 형편이 못돼 생계를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혼생활 당시 남편과의 합의 하에 펀드에 투자한 것이 잘못돼 억대의 빚을 지게 되면서 살림은 더 힘들어졌다. 카드로 빚을 돌려 막다가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남편은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변재신청을 했고, 현수 엄마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하지만 면책 처리를 받지 못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지금까지 채무 상환 독촉장이 계속 날아오고 있다. 현수 엄마는 현재 저신용상태이다. 수도세, 건강보험료 등도 장기 체납돼 있다.
현수네는 현재 방 2칸에 입식부엌 겸 거실이 있는 집에 살고 있지만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조잡하게 지어진 좁은 가건물의 방 1칸. 아이 1명 생활하기도 넉넉지 않은 이 공간에서 3명이 생활하고 있다. 옆방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가 역겹게 풍기고 너저분한 옷가지와 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썩은 장롱을 버리고 방을 정리하면 안 되냐는 질문에 현수 엄마는 “물건의 주인이 아니라 손을 대면 안 된다”고 했다. 현수 엄마는 가건물에 세를 든 사람이 장롱과 옷가지, 냉장고 등을 두고 사라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임시로 들어와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는 매일 30분씩 걸어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전학을 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수업 수준이 높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현수는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말을 꺼내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현수는 학교 수업이 어려워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이었다. 컴퓨터라도 있어 인터넷 강의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텔레비전도 없는 실정이다.
이화선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는 “현수는 가정폭력 등 뜻하지 않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마음의 상처가 크다”며 “심리적 어려움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초생활 유지조차 힘듦에 따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글·사진= 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4월 5일자 6면 어머니·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우진씨 후원액 615만5000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