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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오래 살아도 미안하지 않은 나라-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7-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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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인수위 기간도 없이 바로 업무에 착수해야 한다. 적폐를 청산하고, 교육을 혁신하고, 경제를 일으키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저출산, 청년실업 그리고 노인빈곤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균형 있는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갈등을 해소하며 통일의 길도 열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우공이산이라 했던가? 옳은 일을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추진해 나가길 기원한다.

    새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옳은 일 중 하나가 복지국가에 대한 근본철학을 정립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은 뚜렷한 철학이나 신념, 비전 없이 땜빵 위주의 시혜 차원으로 추진됐다. 부양의무제가 대표적 예다. 최근 “100세 엄마 부양 누가? 80세 딸이냐 국가냐?”, “가족에 부양책임…부모는 ‘생활비 달라’ 소송”과 같은 기사가 뜨겁게 언론을 달궜다. 기초생활보장법에는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에게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이 부양의무제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부모일지라도 자녀가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로 인해 현재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117만 명에 이른다.

    왼쪽 그림은 사회의 세 주체인 개인, 가정 그리고 국가에 대한 철학과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복지가 다른 형태로 발전된 것을 보여준다. 복지국가의 첫 번째 유형은 국가와 가정이 제휴해 가정에 초점을 둔 독일형이다. 국가가 가정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국가의 역할이 크나 선별적 복지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복지는 사회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개인과 가정이 제휴해 국가의 개입을 반대한 경우로 미국이 대표적이다. 국가 대신 시장이 보험 형태로 개입했고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개인이나 가정은 자선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강한 선별적 복지이고 복지혜택 수여자와 수혜자 사이에 심한 종속관계가 형성되며 가난을 퇴치하지 못했다. 세 번째 유형은 국가와 개인이 제휴해 철저하게 개인에 초점을 둔 복지로 스웨덴을 위시한 북유럽국가들이다. 어느 개인도 다른 개인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복지 형태다. 자녀와 부모, 부부간에도 의존관계가 성립되지 않도록 하는 계층 및 양성 간 평등사회를 만든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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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부양의무제가 위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복지형태다. 개인이 아닌 가정에 초점을 둔 복지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왔다. 나이 든 부양의무자, 부모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자녀, 부양을 둘러싼 형제간의 싸움, 부모와 자식 간의 소송, 빈곤에 의한 자살 등이다. 현대사회의 사회적 문제를 봉건사회의 ‘효’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현실인식에서 나온 정책이다. 부양의무제와 같은 원칙에 따라 세워진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 가정에 초점을 둔 다른 복지도 개인에 초점을 둔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돈이 든다. 그러나 복지는 결코 ‘나라를 말아먹지 않는다’. 세계에서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북유럽이 그렇지 않은 남유럽에 비해 훨씬 경제가 탄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한다. 복지가 곧 투자이고 복지로 인해 많은 직장이 창출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Little America or Big Sweden? 무복지의 정글법칙에 따라 사는 미국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고 서로 배려하고 돕는 평등사회를 가능케 하는 복지를 세워야 한다. 스웨덴보다 더 멋진 한국을 건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오래 살아도 미안하지 않은 나라, 자녀에게 피해주며 얹혀살지 않는 나라, 117만명의 우리 어른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효도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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