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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25시] 49기 조규홍 (6) 탈(脫)수습을 앞두고 뒤를 돌아봄

  • 기사입력 : 2017-05-17 15: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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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脫 벗을 탈, 기뻐할 태, 허물벗을 열. 탈수습을 앞두고 '탈'이란 한자 단어의 뜻을 찾아봤다. 이 기회에 단어 뜻에 맞춰서 수습 3개월을 돌아보고 어엿한 기자가 되기 위한 초석으로 삼으려 한다.

    우선 벗을 탈, 넥타이를 벗어도 된다. 과거 넥타이에 익숙지 않았던 나는 면접 볼 때 동영상 포털사이트에서 '넥타이 매는 법'을 검색해서 방법을 터득했다. 특히 넥타이 패션 센스도 없어서 첫 출근 때 찍은 사진을 본 친구들은 나의 넥타이를 "불태워 버려라"는 혹평을 던지기도 했다. 테러 수준의 넥타이 색깔이라는 것을 그 당시 난 몰랐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매일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돼 걱정을 덜게 됐다. 거울을 안 보고도 넥타이를 맬 수 있게 됐는데 이 실력이 필요 없다는 것은 새 발의 피정도 아쉽다. 넥타이를 벗는다는 것은 숨쉬기가 편해진 만큼 더 뛰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다음으로는 기뻐할 태, 명함이 나온다는 기쁨이다. 명함이 없어서 취재원을 만날 때 수첩에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을 미리 적어놓은 것을 뜯어 줬다. 심지어 한 취재처에서는 진짜 기자가 맞는지 의심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소소한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기뻐할 만하다. 하지만 명함에 박힌 내 이름 세 글자는 기사뿐만 아니라 취재원을 대하는 작은 말 한마디, 자세 하나에까지도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물벗을 열, 수습이라는 허물을 벗는다. '탈(脫)수습'의 진짜의미라고 생각한다. 허물을 벗는 행위는 파충류나 곤충이 클 때 나타는 현상이다. 나는 컸을까. 수습이라는 허물을 벗을 실력을 갖고 있을까. 사건 기사 하나 쓸 때도 허둥지둥하며 엉터리 글을 써냈던 나였다. 내가 지금 허물(수습)을 벗을만한 실력을 갖췄는지 확신은 안 선다. 하지만 이제는 허물을 벗어 보겠다는 다짐도 있다. 상충된 생각이 동시에 든다. 그동안 우수한 선배들 밑에서 잘 배웠으니 탈수습 이후 일들이 어려울지언정 극복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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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습기자 25시 초반에 자취방 근처 텃밭의 '파' 이야기를 언급한 적 있다. 지금 그 밭의 파들은 다 자랐다. 다 큰 파들은 이미 뽑혔고 그 자리에는 고추가 심겼다. 당시 "저 파가 다 자랄 때는 나도 의무적으로 다 자라겠다"고 선언했다. 또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다리가 떨릴 정도로 두려워도 한 발씩 나아가는 게 인생'이라는 신해철 노래를 인용하기도 했다.

    정식 기자의 시작은 수습생활 시작과 분명히 다른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넥타이를 벗은 만큼 더 많이 뛰고, 명함이 나온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수습이라는 껍질을 탈피하면서 새로운 두려움에 맞서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 한 걸음 나아가면 다시 또 한 걸음.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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