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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창원아시아미술제] 청춘들의 ‘빛’나는 저항

5월 25일부터 6월 4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경남자유회관서

  • 기사입력 : 2017-05-2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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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청춘본심(靑春本心)’을 주제로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자유롭게 내보였던 청년들이 올해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보다 깊이 있게 인식하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올해 창원아시아미술제의 주제는 ‘옴의 법칙’이다. 옴의 법칙은 전류는 전압에 비례하고 저항에 반비례한다는 물리법칙이다. 주목할 것은 전류, 전압, 저항의 관계로 가장 주된 키워드는 ‘저항’이다.

    전압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전류는 이 욕망에 의해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의 속도에 비유된다. 모두가 경제적 부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 개발과 번영을 좇는 사회의 속도는 점차 가속화된다. 하지만 속도만 좇다 보면 삶은 피폐해지고 정신적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저항은 성공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지금의 길이 맞는지 되돌아보는 예술·인문학적 태도다.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현대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제어장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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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점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사는 전시 소개에서 돈 안 되는 것으로 치부되고 시대를 역행하는 듯 보이는 이들의 예술행위가 ‘사회를 밝히는 작은 반딧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원아시아미술제는 오는 25일 개막해 6월 4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실 전관과 경남자유회관에서 열린다.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외부기획자 없이 지역 청년 미술인들이 기획자로 나서고 창원미술청년작가회에서 총괄 운영을 맡는다. 성산아트홀에서는 독립 큐레이터인 김나리씨와 장건율 작가가 기획한 2개의 전시가, 경남자유회관에서는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사가 기획한 특별전이 열린다. 노순천 작가가 공연기획을 맡고 정진경 작가가 교육기획을 맡아 시민 참여프로그램을 이끈다.

    ‘본심’을 회복한 청춘들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해 나가는지 살펴본다.

     1. 회로-回路(기획자 김나리)

    김나리 큐레이터의 전시는 ‘현재 청년들의 삶이 왜 이렇게 부조리한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20대부터 빚을 지지만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돼버린다.

    전시는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 작가들이 삶에 부딪혀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한소현, 릴릴강소영, 최라윤, 노승표, 신은경, 한상권, jiandyin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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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표 作 ‘용감하게 씩씩하게’


    릴릴강소영 작가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풍경의 드로잉을 편집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후 사찰에서 녹음한 목어, 운판, 범종 등의 소리를 입혔다. 세상의 부조리를 씻어낸다는 의도다.

    한소현 작가는 ‘zscape-耳鳴(이명)’, ‘언젠간 행복해지겠죠’ 연작과 ‘강남 프로젝트’ 등 설치 시리즈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신은경 작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기 위해 직접 ‘아트보살’로 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한상권 작가는 재개발 대상이 된 장소를 대상으로 한 사진, 영상, 설치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2. 제습기(기획자 장건율)

    장건율 작가는 창원지역 청년작가들의 ‘반지하 작업실’을 주제로 삼았다. 습기로 가득차 눅눅한 반지하 창고 작업실은 청년 예술가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작업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좋은 공간은 돈과 직결돼 있기에 지역 청년 작가들은 대부분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에 작업실을 꾸린다.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원지역 25~35세 작가 12명의 반지하 작업실 일부를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다. 김벼숭, 박준우, 박지영, 방상환, 변공규, 이성륙, 장두영, 장종훈, 정치성, 최혜진, 홍다정, 황현주 작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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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라윤 作 ‘밥’



    붓이나 종이, 각종 도구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작업의 결과물인 작품도 한곳에 모아 청년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특별한 책도 전시된다. 기획자인 장건율 작가가 직접 만든 책으로 참여 작가들과 나눈 작업에 대한 단상, 창원에서 활동하기, 먹고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3. 특별전(기획자 김재환)

    ‘자유회관, 예술을 맞이하다’는 주제로 경남자유회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이번 창원아시아미술제의 또다른 실험이다. 시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자유회관에 예술로 불을 켠다는 콘셉트로 옴의 법칙과 큰 맥락은 같이하지만 주제로는 분리된 독립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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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현 作 ‘zscape-耳鳴(이명)’


    특별전은 자유회관의 공간적 특성에 주목했다. 경남자유회관은 1980년 개관해 36년간 한 번도 외부행사에 개방된 적 없는 곳이다. 시민들이 항상 지나면서 대면하는 익숙한 장소지만 외형적으로 아방가르드한 건축물인데다 주변에 자리잡은 탱크, 비행기, 장갑차, 잠수함 등 전쟁무기로 쉽게 다가기 어려운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경남자유회관의 계단, 복도, 강당, 전투기 모형이 있는 외부까지 상설 전시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활용한다. 김서량, 노수인, 심은영, 이광기, 이정희, 정주희, 최수환 등 7명의 작가가 회화, 설치, 영상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회관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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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상환 作 ‘생각의 흔적’



    4. 공연과 참여프로그램(기획자 노순천, 정진경)

    노순천 작가가 기획한 공연은 이번 미술제 ‘옴의 법칙’의 듣고 즐기기 버전이다. 27일 창원 성산아트홀 앞에서 총 2부에 걸쳐 진행된다. 1부 공연 ‘옴’(18:30~20:30)은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음악가들의 무대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김태춘, 회기동 단편선, Nacca가 출연한다. 2부 공연 ‘감전’(20:30~22:30)은 전자음악을 감전된 듯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다. POLAR FRONT, Claude(VJ), Hyenam(DJ)VJ가 출연해 화려한 영상과 디제잉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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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공규 作


    정진경 작가가 기획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나는 작가다’를 주제로 관람객이 작가와 소통하고 작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노승표, 한소현, jiandyin, 한상권, 변공규, 방상환 등 전시 참여작가와 함께 작업의 주요 모티브인 풍자를 표현하는 수업, 같이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하는 수업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으며 일정은 창원아시아미술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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