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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시골 사는데 미세먼지 걱정이라...-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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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거창하게 거향(居鄕)이라 할 것은 없지만 나름 대도시인 창원을 떠나 고성·통영에서 생활한 지도 4년에 접어들었다.

    주말부부로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생활을 해오다 올 초 고성에 정착을 했다. 완전히 시골사람이 된 지 4개월. 물론 그전에도 주중엔 시골에 살았지만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불편한 것이 참 많다. 대표적인 불편함은 문화적인 혜택이 적다는 게다. 있다가 없으니 불편은 배가 된다.

    영화관 없다. 대신 군에서 간혹 무료영화를 상영해 준다. 공연장 없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 공연은 좀 볼 수 있다. 햄버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익히 알 만한 햄버거를 파는 곳은 딱 한 곳이다. 피자도 많지 않다. 물론 이름난 피자가게는 없다. 커피숍도 어디가 취향이라 말할 수 없다. 거의 없으니까. 백화점이나 쇼핑몰 복합상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대형마트도 물론 없다. 이벤트탕이 즐비한 창원과 달리 이곳 목욕탕은 습기 차는 시골 목욕탕이다. 그래도 늘 보는 얼굴들 만나니 사람 냄새 가득한 목욕탕 가는 게 즐겁다.

    불편하지만 고성에서의 삶은 만족스럽다. 얼굴은 갈수록 시꺼멓게 변하지만 표정은 밝아진다. 혜택은 적지만 그래도 시골스러움에 좋다. 100만 인구의 창원시와 인구 5만의 고성군. 참 많은 차이가 있다.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싱그러운 공기. 그런데 요즈음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 많은 것을 버리고 좋은 공기를 벗 삼아 사는 고성에 미세먼지 비상이 걸렸다. 물론 대도시보다는 좋은 상태라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아 잊고 살던 삼천포화력발전소. 셧다운에 폐쇄에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1·2호기를 셧다운시키고 2020년 폐쇄한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삼천포화력발전소에는 모두 6기의 발전시설이 있다. 1·2호기는 1983년과 1984년에 완공돼 30년 이상 가동 중이며 3호기는 1993년, 4호기는 1994년에 완공됐고 1998년에 5호기와 6호기가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기준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셧아웃 기준에 의문이 든다. 먼지의 경우 6호기 10.3㎍/㎥, 5호기 9.6인데 비해 1호기는 2.6, 2호기는 5.0이다. 황산물질은 6호기가 87.2인데 2호기는 22.9에 불과하다. 질소물질은 1호기가 119.5인데 3호기는 122.1로 더 높다.

    혹시 새 정부의 탁상행정일까. 고성군에서도 이 문제를 정부 사책에 토 단다 생각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살펴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뿐만 아니라 건설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하이화력발전소 건립을 한다며 길 파서 방치하고 흙 퍼 나르며 내뿜는 먼지도 주민들의 큰 두통거리다.

    그럼에도 난 시골이 좋다. 획일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좋다. 도로에서 좀 더디게 간다고 빵빵거리지 않는다. 주차 좀 잘못하면 말은 하지만 멱살잡이는 하지 않는다. 빵빵거리면 혼난다.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한 길 건너 한 집씩 아는 사람이다. 길 가다 부부지간에 말다툼하는 사람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금방 소문 나니까. 나처럼 머리 희고 덩치 커 눈에 잘 뛰는 사람에게 튀는 행동은 금물이다. 공기가 좋아 사는 고성서 미세먼지로 걱정거리가 생긴 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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