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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보다 실속을-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7-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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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點心)을 흔히들 글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는다고 간단하게 한 끼 먹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 취임 후 3000원짜리 점심 식사 모습이나 인천공항공사에서 식사 시간에 비정규직과의 격의 없는 대화, 그리고 마크맨들과 등산 후 비서실장의 배식 삼계탕을 먹는 모습을 보고 대통령의 식단도 눈을 의심할 정도로 간단하고 참신해 보였다.

    우리는 끼니때가 되면 될 수 있으면 맛있는 식당을 찾고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진수성찬을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에도 빚을 내어서라도 동네잔치를 벌였고,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먹는 것만큼은 아끼지 않는 것을 인정과 자랑으로 여겨왔다.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온 빌 게이츠는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면서 컴퓨터로 업무를 계속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나, 요즘 우리 주위에도 즐비하게 늘어섰던 식당 대신에 편의음식점에서 이러한 모습을 예사롭게 볼 수 있으며, 길거리에서 커피 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의 식당 수는 전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대도시 도로변은 두 집 건너 음식점이고 갈비집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가에는 먹자골목이 있는가 하면 먹자빌딩도 있었다. 어쩌다 시외로 가는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온통 고기 굽는 가든이고, 갈비 냉면집이 즐비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식당이 많은데도 봉급 봉투가 얇은 샐러리맨들은 3000원짜리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하면, 반대로 주말이면 웬만한 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족 외식객들로 붐비는 곳이 많다.



    직장이나 교내에서 오순도순 즐기는 도시락과 짜장면을 먹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고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피자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 문화에 자꾸만 젖어가고 있다. 외식비의 지출이 일본의 2배가 넘고 외식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니 식당이 넘치는 것도 기현상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천만원의 국가 부채가 있는데도 식문화는 고급화되고 가든이나 레스토랑은 대형화돼 가고 있다. 아이들의 돌, 생일잔치, 친목회나 동창회도 호텔 식당에서 갖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져 가정 파산 선고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국민들은 생활수준이 조금 향상됐다고 빚을 감수하고도 과소비를 하고 있다.

    요즘 경제가 조금 어렵다고 어떻게 보면 매스컴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TV 지상 3사나 종편을 막론하고 시청률이 높은 것은 음식을 소개하는 셰프나 다이어트, 그리고 건강 관련 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다이어트·병원 세 요소의 상관관계는 병 주고 약 주는 결과와 같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힘들고 고생스런 다이어트를 명을 걸고 억지로 하는가 하면, 과식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게 되는 3각 관계는 우리들의 의지와 관계되는 쉽고도 실행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일본을 여행해 보면 일본인들은 얼마나 소식주의자들이며 식당에서 김치 한 조각도 남기지 않는다. 우리보다 비만인구도 적고 다이어트에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들의 공양 모습을 보면 쌀 한 톨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식당이나 아파트의 잔반통에 넘치는 음식물을 보면 아프리카 등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이 목숨을 잃어 간다는 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환청처럼 들린다.

    1년에 수십조원의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고 쓰레기 처리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김영란법’이나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젠 남을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허례허식보다 실속을 챙기는 음식문화나 생활 패턴이 정착되도록 노력할 때가 된 것 같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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