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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끄러운 과거는 있다-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7-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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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그 여학생의 이름이 기억난다. N과 나는 쓰레기 소각장 청소당번이었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은 N과 나에게 쓰레기 소각장을 정리한 후 귀가하라고 했다. 방과 후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던 우리는 ‘어차피 거기는 더러우니까, 청소를 하루 빼먹어도 선생님이 모를 것이다’라는 데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쓰레기 소각장에 들르는 척하면서, 청소를 생략하고 바로 집에 가자는 위험한 모의를 했다. N과 나는 사전에 의논된 대로 쓰레기 소각장 근처에 당도하자마자 교문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선생님의 지시를 어기고자 마음먹었던 초등학생들은 몹시 불안했다. 함께 교문으로 뛰어가는데, N이 돌부리에 걸렸는지 갑자기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넘어진 N은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마침 학교 행정실 선생님이 지나가고 있었다.

    심하게 넘어진 N을 보고 ‘어이쿠. 너 괜찮냐?’면서 N에게 다가왔다. 공범자에게 의리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지레 겁을 먹었던 나는 넘어져 울고 있는 N을 버려두고 그대로 집으로 도망을 쳤다.

    집에 돌아온 나는 범행 현장을 이탈하다가 낙오된 N이 몹시 걱정이 됐다. 심하게 넘어져 많이 다쳤을 것이었다.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사내자식이 다친 여자를 버려두고 자기 살길만 찾아서 도망하다니, 비겁한 녀석.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다음날 아침 등교하자마자 나는 N에게 다가가서 어제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N은 몹시 쿨하게 괜찮다고 했다. 무릎이 깨졌지만, 옆에 계시던 행정실 선생님 덕택에 집에 잘 갔다고 했다.

    한편,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선생님은 쓰레기 소각장 정리가 잘 됐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불현듯 30년 전 그 기억이 떠오르면, 나는 지금도 몹시 부끄럽다.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이기심, 잠깐 깃든 사악한 마음, 분위기나 관행, 주위 사람들의 억압, 부끄러움을 덮기 위한 또 다른 무리한 시도 등 여러 원인에서 부끄러운 행동이 나온다.

    하지만, 학창시절 기차에 무임승차를 하고 수십 년이 흘러 노인이 된 후, 그때 내지 않았던 차비를 몰래 두고 갔다는 사연을 신문기사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은 반성하고 교정(矯正)된다. 부끄러운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사람은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 과거에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지금의 그를 비난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지난 대선기간부터 조각(組閣) 작업이 한창인 지금까지 대통령에 출마했던 후보나 하마평(下馬評)에 오르는 인물들에 대해 ‘과거에 이런 몰염치한 행동을 했다’는 제보와 지적이 나온다. 인사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부끄러웠던 과거를 들춰내는 일은 당사자에게는 곤욕이다. 치기(稚氣) 어린 시절에 함부로 했던 행동이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데, 그게 아니었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하거나, 당시에 왜 그랬는지 해명도 해야 하니 괴로울 따름이다. 자칫 윤색(潤色)을 넘는 거짓말은 그 자체가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거나, 정부의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해야 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거울 삼아 지금의 자신은 충분히 변화 또는 발전했으며, 터무니없는 의혹이든, 일리 있는 의혹이든 이에 거짓 없이 대처해야 한다. 국민들은 실수를 했다는 과거의 과오 자체를 책망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소시민으로서 살기를 거부하고, 지도자나 고위관료가 되려 하므로 과거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운 정부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은 그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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