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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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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헬기 ‘수리온’ 외면하는 정부

전국 19개 소방본부 중 1곳만 구매
입찰기준 안맞아 참여조차 못해

  • 기사입력 : 2017-05-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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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조3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이 정부 조달 구매에서 외국산에 비해 차별적인 입찰 조건을 적용받아 오히려 외면당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119구조본부가 최근 다목적 헬리콥터 2기를 지난 18일부터 40일간의 공개입찰을 통해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으로, 사업예산은 대당 480억원으로 모두 96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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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다목적 헬기 ‘수리온’에 경찰장비를 탑재한 ‘참수리’./경남신문DB/

    하지만 수리온은 중앙119구조본부가 제시한 입찰조건에 맞지 않아 입찰에 참여가 불가능하다. 수리온은 기본 헬리콥터 구조에 △인명구조 호이스트 △화물인양기 △탐조등 △지상견인바 등의 부속장비를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탑승인원 20인승 이상, 내부화물 적재 무게 1400㎏ 이상이라는 입찰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수리온의 탑재중량은 650㎏ 정도이며 탑승인원도 조종석 2인을 제외하고는 12인승 정도다.

    이에 KAI는 중앙119구조본부에 ‘대형헬기 1대를 운용할 가격에 2대의 수리온을 제공, 비슷한 가격에 총 4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중앙119구조본부는 수리온 4대를 구매할 경우 운영인력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거절했다.

    당초 수리온은 외산 헬기 제작사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국산 헬기다. 헬기 구매와 운용 유지에 필요한 외화 유출을 막으려 개발했지만, 유독 소방 분야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전국 19개 시·도 소방본부 중 수리온을 구매한 곳은 제주소방 1곳뿐이다. 강원·서울·부산소방본부가 공고한 입찰은 참여조차 못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119 구조본 관계자는 “많은 인력과 장비를 실어야 해 1400㎏ 이상 탑재가 요구되는데 수리온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사전에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공고가 나갔기 때문에 규격서를 바꾸지 않는 한 수리온의 참여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현재 육군과 해병대 등 군용을 비롯해 경찰·의무후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무조건 20명을 태울 수 있는 헬기가 필요하다고 고수하고 있다. 수리온을 배제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온은 대기업과 1·2·3차 협력업체 등이 함께 만들기 때문에 1대를 구매하면 2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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