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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대추구’를 멈추면 성장·분배 모두 개선된다- 유창근(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5-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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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는 7%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5년간 경제성장률이 2.9%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4년의 경제성장률도 같은 수준이었고 한 해도 세계 평균 성장률을 넘겨 본 적이 없었다.

    지난 9년간 대기업들의 수출과 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소득 양극화만 심화되었다. 이 시기 우리경제는 성장과 분배를 모두 놓쳤다.

    한 나라가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산요소를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나 가계가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남이 생산한 것을 자신의 몫으로 이전시키는 방법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토지에 대한 지대인데 지주는 토지의 소유권만으로 소득의 일부를 가져간다. 이 지대와 유사하게 사회에는 다양한 기득권을 바탕으로 남이 생산한 것을 재분배하는 행위들이 있는데 이를 ‘지대추구’라고 한다.

    지대추구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다. 대기업은 독과점적 위치를 이용해서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가져야 할 몫의 상당 부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으며 이익단체를 결성하여 기득권을 지켜왔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그 이익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의 방식으로 다른 근로자들에게 가야 할 몫을 추가로 가져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지대추구 현상은 부동산 투기일 것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일반가정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부동산에 투자하여 올려놓은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무주택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대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대표적 사례가 현대기아차이다. 자동차회사가 1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매입한 것을 보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된다.

    공무원시험 열풍은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공직자가 누리는 직업의 안정과 연금 등 혜택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지대추구에 속한다.

    지난달 9급 공무원 시험에 23만 명의 청년들이 몰렸는데 전체 취업준비생의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하니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격차 해소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기득권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일단 차지하게 되면 내려놓기 싫은 게 기득권의 속성이다.

    지대추구는 분배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지대추구에 투입되는 자원은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

    더 심각한 것은 혁신과 모험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선도해야 할 엘리트 집단이 지대추구에 몰두하게 되면서 사회는 성장잠재력을 상실하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대추구는 그대로 두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사회 전반의 기득권을 철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정부는 지대추구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고 감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어디에서 오는지 되살펴보고 남의 몫이 있다면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사회 전체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대추구를 멈추는 만큼 성장잠재력도 회복되고 분배도 개선될 것이다.

    유창근 (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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