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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일차진료, 일차의료 그리고 주치의- 이철호(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 원장)

  • 기사입력 : 2017-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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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이상 증상이 있어서 집 근처 동네의원에 갔더니 의사가 정밀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고 종합병원 혹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럴 경우 동네의원에서 한 진료를 1차 진료(first medical care)라고 한다. 종합병원에서의 진료는 2차 혹은 3차 진료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차 의료기관(의원), 여러 진료과가 개설된 2차 의료기관(병원 혹은 종합병원) 그리고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느슨하게 운용됨으로써 의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감기나 위장병도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의사 선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용인된 이런 의료전달체계는 환자가 의사를 찾아서 여러 의료기관을 헤매게 한다. 이러한 것을 닥터쇼핑(doctor shopping)이라고 한다. 닥터쇼핑은 주로 방송, SNS 등을 통해 알려진 의사에게 환자가 집중되게 해서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몰아 ‘3시간 대기, 3분 진료’ 현상을 낳게 한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으로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불필요한 진료로 시간적·재정적 낭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전문의 중심(의사 70% 이상이 전문의)으로 편성돼 환자의 총체적인 건강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질병 중심의 의료체계를 구성하게 했으며, 이러한 의료체계는 질병을 예방하는 보건의료체계보다는 질병 치료 중심으로 사고하게 했다.

    이 시점에서 일차의료(primary medical care)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일차의료란 단순히 최초로 접촉하는 의사에 의한 1차적 진료 또는 1차 진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질병치료와 건강유지에 있어 계속적 책임을 가지는 의료전달의 한 부분으로서, 접근성, 포괄성, 통합성, 지속성, 책임성을 기본적 요소로 하는 의료의 한 부문이다. 이러한 특성들에 의해 특정 장기의 질병치료에 역점을 두는 단과 전문의료와 대비된다. 동네의원에서 받는 진료는 일차진료라고 하는데, 일차진료는 특별한 건강문제가 발생했을 때 질병 중심으로 처음으로 진료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진료행위는 특정 질병에 진료하는 것으로 일차의료와는 구분된다.

    일차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틀은 주치의 제도이다. 환자가 질병이 발생했을 때 한 번 거쳐가는 의사가 아니라, 책임성 있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관리를 하고, 2차 및 3차 의료기관에 진료의뢰를 하더라도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것을 토대로 주치의의 통합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단골의원의 의사가 주치의 개념으로 일차의료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의 조직이며,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 단골의사의 전문분야에 따라 전체적인 건강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주치의를 담당하는 의사는 훈련받아야 하며, 의료체계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과거 여러 번에 걸쳐서 시범적으로 주치의 제도를 시행했지만 폐기된 적이 있었다. 현재의 의료제도가 환자의 대형병원 몰림 현상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동네의원은 문을 닫는 불균형의 길로 가고 있다. 의료계는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비보험(성형과 피부미용 등)의 길을 찾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주치의 제도는 특정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애인에 대한 주치의 제도나 독거노인에 대한 주치의 제도 그리고 사업장 주치의 제도 등은 현재 의료체계에서도 큰 저항 없이 실천할 수 있다. 주치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의사의 재교육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철호 (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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